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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Dec 06. 2023

봉자매

부득이하게 그녀들의 이름에 봉을 붙여 가명을 썼습니다.



지옥불에 던져져 고통받고 있어도 내가 든든한 이유는
이 고통이 끝나고 저 문을 나가면 그대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던 날부터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었지


가슴에 주홍글씨를 단 사람처럼 나의 시간은 이혼하던 순간에 멈춰져 버렸어

나는 까맣게 타버린 달고나가 돼버린 걸까.

더 이상 달지도 않고 누구의 사랑을 받을 수도 없는 화상 입은 설탕덩어리에 지나지 않아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 수가 없던 내가 바보 같아.


그래도 이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봉자매 너희들의 말이 생각나서

그래서 내가 웃어.




늘 언제나 씩씩하던 수봉이가 예쁜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을

하늘은 질투했을까? 아직도 믿기지 않은 일을 겪은 수봉이에게

그는 좋은 곳에서 항상 지켜볼 거라는 뻔한 말뿐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말없이 그냥 너를 안아주고 싶다.

갈비뼈에 금이 가도록.


예쁜 얼굴만큼

예쁜 말을 잘하는 윤봉이

언젠가 내 생일날 아이랑 먹으라고 케이크를 보내줘서

케이크 좋아하는 아들이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그땐 케이크를 살만큼의 여유도 없었으니

그 고마움을 생각하며 늘 케이크처럼 달콤하게 살려고 한다.

당화혈색소 11.4를 찍으면서

혈액까지 달달하게 살고 있다. 칭찬해 주라.



국수 먹여줄 날만 기다리는데

아직 꽃 같은 아가씨 희봉이

봉자매에서 센 언니역할을 맡고 있지만

아직 난 너를 똘똘이 스머프로 기억해.

나 아직도 길다니다가 심심하면 가로등 깨고 다닌다.

네가 예상했던 그대로. 넌 역시 똘똘해.


아주 아주 가까이에 살면서  연락하기가 어려운

미모의 난봉이.

젓가락 난봉이. 내 살 좀 가져가.

갑상선은 괜찮은지. 늘 너의 건강이 염려된다.

아이 학교에 대해 너무 막막할 때 네가 상담해 줘서

큰 힘이 되었지. 힘들 때 너네 아파트에서 소리 지르면

우리 아파트까지 들릴걸? 가깝잖아. 얼굴 좀 보여주라. 나 눈으로 충전할 수 있게.


그리고

시인 한봉이.

나의 자랑스러움의 결정체

너의 시는 매우 어려우나  눈이 새 빨개지도록 운다는 구절이 자꾸만 생각나

아이를 피해 숨어서 울 때면 자꾸만 생각나..

네가 고양이 낚시로 놀아주라고 알려줘서

놀아주다가 고양이가 너무 이뻐서

네 마리가 되었어. 보러와 고양이말고. 날보러와.




나의 행복 나의 친구들아.

자꾸 숨어버려서 미안해

더 이상 미안하지 않도록 나를 꽉 붙들어 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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