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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종근 Jul 30. 2022

여름감기

역병이 흡사 감기처럼 빠르게 퍼지기 이전이었던 작년 7월, 나는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되어 있었다. ‘수원-OOO호’ 따위로 구분되어 동선까지 공개됐던 그때, 그러나 집과 운동 삼아 다니던 공원이 동선의 전부였기에 겸연쩍었던 그때. 첫 증상이었던 고열은 매년 여름마다 앓아왔던 감기의 증상 중 하나였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재수 없게도 첫 인턴 출근을 앞두고 델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집에서 일주일을, 또 시설에 열흘을 격리됐던 아찔한 기억이다.

 

올해 여름도 사정은 비슷하다. 집이 그렇게 넓지는 않아서, 내가 잠을 자는 거실에 달린 에어컨을 30분만 켜 두어도 금방 시원해진다. 요령껏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슬기롭게 사용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냉방병에 걸린 셈이다. 첫 며칠은 더운데 추운 몸살기에 이불을 덮어쓰고 땀을 흘리며 잠이 들었다. 열이 내리고는 기침, 하필 면접과 겹치는 바람에 고통은 몇 배는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한 달 가까이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던 작년과는 또 다르게 찬 음료를 마시면 쓴맛이 느껴지는 기이한 증상도 나타났다. 그래서 몇 달 만에, 돈을 지불하고는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도 두 차례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단돈 만 원으로 두 번의 안심을 얻었으니 크게 손해를 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어쨌든 평생을 이 시기에 앓아왔던 사람처럼 감기와의 불편한 동거는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감기도 감기지만, 사실 7월에 들어서고는 개운하게 일어난 기억이 거의 없다. 내가 잠든 이후에도 서너 시간만 더 힘써주길 바랐던 선풍기는 약속한 시각이 지나자 여지없이 꺼져 있다. 더워서 채 펴지도 않았던 이불을 어느새 반쯤 덮고 있는 상태로 눈을 뜨는 아침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휴대전화는 충전해두지 않는다. 오래 충전해두었다가 충전기고 휴대전화고 뜨거웠던 적이 몇 차례 있어서 그렇지만, 사실 100% 충전된 휴대전화가 조금은 얄밉게 보일 때가 있다. 나는 이렇게 아침이 힘든데, 밤새 넘치도록 힘을 받아 금방이라도 성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미운 마음에, 휴대전화는 뒤집어놓은 채 머리맡에 둔다. 자기 전에 웬만큼 충전해두는 것은 최소한의 배려라며 자평한다.

 

잔뜩 심술이 난 마음처럼 밉고 뜨거운 여름이 또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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