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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서 Jan 16. 2023

[잡설] 담배 권하는 사회

니들 꽁초를 왜 내가 치워야 하는데

 나는 몇 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진상 손님이니 뭐니 이런 건 차치하고, 항상 야외 테라스와 편의점 앞 인도를 청소할 때마다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바로 '담배꽁초의 과학'이다.


 평일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주말 오전에 출근하고 보면 정말 담배꽁초로 ‘테러’ 당해 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최소 2-30개는 줍는 것 같다. 사장님이 따로 청소하라고 시키시지는 않지만, 내가 일하는 편의점 앞이 개판인 걸 두고 볼 수 없는 성격이라 매번 집게로 하나하나 주워서 버리는 편이다.


 가끔씩 자기가 마시고 남은 병이나 캔에 꽁초들을 넣어서 두고 가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거면 그냥 분리수거해주고 가면 좋겠다. 그걸 또 뒤집어서 꺼내는 입장에서는 토악질이 나온다.


편의점에 들어와서 버리고 가도 되잖아, 별로 안 힘들잖아

 

 그런데 매번 이렇게 꽁초들을 주울 때마다 의문이다. 왜 흡연자들은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과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까? 편의점 테이블이라고 쓰레기를 안 치우고 가는 사람들도 물론 몰지각한 사람들이겠지만(편의점 알바가 있다고 해서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가는 건 당연한 게 아닙니다.), 담배는 다른 모든 곳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인 것 같다. 쓰레기통이 없어도, 피우고 나서 그저 찰지게 튕겨서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 


 흡연하는 친구에게 왜 꽁초를 직접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걸 내가 왜 들고 다니면서 쓰레기통을 찾아야 하냐”는 답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흡연자들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길가에 꽁초를 테러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매우 놀랍게도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흡연자들 스스로도 그들의 꽁초가 ‘더럽고 지저분해서 만지기 싫은 것’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버려진 수많은 꽁초들은 결국 나 같은 편의점 알바나, 환경미화원 분들이 처리해야 할 몫이 된다. 본인들이 피우고 버린 더러운 쓰레기가, 피우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셈이다.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인 '최고급 대접'을 받고 있는데, 이게 2023년의 현대 사회가 맞나 싶다.


 한 예시로, A라는 사람이 길을 걷다가 비염으로 콧물이 나와서 휴지를 꺼내 닦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가 코를 닦자마자 휴지를 길바닥에 버렸다면, 누구나 A가 몰지각하고 시민의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그런데 담배는 왜 그렇지 않을까. 심지어 코 묻은 휴지보다 훨씬 더러운 편에 속한다. 수 회에 걸쳐 남의 입에 들어갔다 나왔고, 불이 꺼졌어도 꽁초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면 누구라도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하물며 반려견이 싼 똥도 직접 치우는 게 당연한 시대인데 말이죠

 

 이쯤 되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담배 권하는 사회’가 아닌가 싶다. 정부에서는 달달한 조세수단에, 기업에서는 언제나 안정적으로 잘 팔리는 제품이고, 심지어 편의점 점주 입장에서도 담배를 사러 온 사람들이 다른 제품을 사면서 매출증대 효과까지 있다. (담배 자체는 크게 수익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연 캠페인은 유명무실하고, 담뱃갑에 있는 경고 문구나 그림도 명분상 해놓은 것이지 그나마 보기 괜찮은 것을 찾으면 그만이다. 내가 알바로 있을 때, 장례식 영정사진 그림이 본인이 될 것 같아 무섭다면서 다른 그림으로 바꿔달라는 손님도 있었다.


 결국 흡연의 위험성이나 꽁초로 인한 폐해 등에 대한 경고와 조치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상태에서,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는 것과 그걸 다른 사람이 치우는 것이 당연시되어 한국은 말 그대로 흡연자들의 천국인 셈이다.


 건강에 안 좋고 이런 거로 사람들에게 금연하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끊을 사람이면 알아서 잘 끊으니까. 그런데 그 더러운 쓰레기는 부디 본인 손으로 본인이 잘 버렸으면 좋겠다. 


왜 내가 냄새나고 지저분한 당신들 쓰레기를 치워줘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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