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윙백은 외롭다
현재 팀에서 뛴 지 거의 2달이 되어간다. 왼쪽 메짤라와 왼쪽 윙백을 교대로 뛰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왼쪽 윙백 붙박이가 돼버렸다. (내 롤모델은 베르나르두 실바인데...) 왼발잡이라 익숙한 일이다. 사실 나는 주력도 느리고 몸싸움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윙백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스타일인데, 그래도 조기축구에서는 먹히나 보다.
그렇다고 윙백이 맘에 들지 않는 건 아니고, 아주 재미있게 뛰고 있다. 다만 아마추어 축구에서 특히 왼쪽 윙백은 뭔가 아쉬운 점이 많다. 많은 아마추어 축구인들이 윙백(특히 왼쪽) 감수성을 공감해주면서 플레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쓴다. (팀 이름은 비공개)
내가 뛰는 팀 기준으로 설명을 할 건데, 아마 다 비슷할 것이다. 아마추어 축구의 기본적인 특징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강한 팀을 전술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1. 포메이션은 국룰인 4 - 3 - 3 을 사용한다
2. 대부분 오른발잡이이다.
왼쪽 윙백 : 왼발
좌측 센터백 : 오른발
나머지 상관없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 같은 최고의 팀들을 보자. 리산드로 마르티네즈, 알라바, 뤼카 에르난데스, 라포르테 모두 왼쪽 센터백에는 왼발잡이를 쓴다. 그래야 빌드업이 쉽게 되기 때문이다. 왼쪽 센터백에 오른발잡이를 쓰면 패스 각도도 안 나오고, 한 번 접어서 줘야 하기 때문에 늦는다. 또한 왼발이 부정확해서 불안정하다.
하지만 조기축구는 그런 거 없다. 대부분 오른발 잡이다. 따라서 왼쪽 지역에서 볼 전개하기가 어렵다.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패스를 주게 되고, 빌드업이 시작된다. 이거는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다.
나한테 공이 와도 이미 상대팀 압박이 들어오기 때문에 리턴 패스를 줄 수밖에 없다.(여기서 다시 받고, 주고 아기자기하게 패스 플레이를 하고 싶긴 한데, 대부분 방향 전환을 한다. ㅠㅠ)
결국 경기를 하게 되면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포메이션 형태가 된다. 게다가 조기축구 윙어는 보통 사이드로 벌려있기 때문에 왼쪽 윙어(7번)는 경기에 아무 관여를 하지 못하게 된다. 왼쪽 윙백(3번)은 보통 내가 서있는 위치인데, 일반적인 왼쪽 윙백이라면 센터백(4번) 옆에 있을 것이다. 왼쪽 중앙 미드필더도 오른쪽으로 지원을 갈 것이고, 대부분의 공격이나 빌드업이 오른쪽에서 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왼쪽 사이드라인이 1. 심심하고, 2. 경기에 플레이에서 배제되어버린다. 특히 왼쪽 윙은 잘하는 사람이 설 텐데...
수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팀은 오른쪽 지역에 많이 있기 때문에 왼쪽에 많은 공간이 난다. 그런데 상대방도 조기축구팀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 팀 왼쪽 지역은 상대방의 오른쪽 지역이다. 당연히 이 쪽에 공격 숫자가 많다. 그러면 이제 왼쪽 윙백인 나는 여러 고민에 빠지게 된다. 1. 나와 센터백 사이 중앙 공간을 막을 것인가? 2. 윙어를 막을 것인가? 3. 오버래핑하는 윙백을 또 어떡하지?(K7 수준에서는 사실 오버래핑 안 한다)
이거에 대한 답은 이미 '토탈풋볼' 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답을 줬다(https://www.youtube.com/watch?v=RBHVn2GzGHg&t=476s). 답은 1번이다. 윙어는 어차피 크로스밖에 못하는데, 톱한테 뚫리면 바로 슈팅이기 때문에 우선 중앙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조기축구에서는 윙어한테 붙어서 막는 2번이 기본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항상 나는 크로스를 내주고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외면한다...(물론 직접 붙는 상황도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1번이다)
이게 우리 팀의 상황에서 오른쪽 윙백은 좀 다를 수 있다. 왼쪽과 다르게 오른쪽은 공간이 좁고, 수비 숫자가 많아서 직접적으로 붙어서 적극적으로 1대1로 막아도 괜찮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잘 막는다. 반면, 왼쪽은 윙을 직접 붙어서 막으면 바로 사이드로 스루패스가 들어간다. 톱이나 윙백이 쇄도할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속한 팀에 왼쪽 윙백 감수성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많이 외로울 것이다. 나는 아직 크로스로 골을 먹은 적이 없어서 대놓고 핀잔을 받지는 않았지만, 곧 받을 것 같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아마추어 축구(K6, K7 수준)에서 개선할 수 없는 문제이다. 문제도 아니고 그냥 아마추어 축구의 특징이다. 애초에 세상에 오른발 잡이가 많은 것뿐. 단지 왼발잡이가 살짝 외로울 뿐이다.
이러한 특징을 잘 살리면 왼쪽 사이드라인 선수들의 역할도 확실해지고(덜 심심 ㅎ), 팀에 확고한 전술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술은 약간 호날두 있던 시절의 레알마드리드 느낌이다.
수비 전술은 없다. 왼쪽 윙백은 크로스를 내주는 방식, 오른쪽 윙백은 적극적으로 일대일 수비를 하는 방식(오른쪽 윙백도 굳이 안 붙어도 된다)에 합의만 보면 탄탄하다. 한쪽 윙백이 올라가 있을 때, 다른 쪽 윙백은 쓰리백을 유지하는 형식이면 충분하다.
전술 설명
주 전술 : 오른쪽에서 빌드업을 주로 진행하고, 왼쪽 빈 공간을 이용하는 플레이.
1. 오른쪽으로 편향된 빌드업을 이용한다.
2. 왼쪽 윙어는 오른발 잡이(역발), 안으로 좁혀서 슈팅 마무리 : 호날두, 손흥민
3. 왼쪽 윙백은 라인을 최대한 올려서 플레이 : 알폰소 데이비스, 카일 워커, 하키미
4. 센터백은 오른쪽 빌드업을 주로 하고, 상대 공격수 키를 넘기는 롱패스를 활용해서 왼쪽 윙백에게 빌드업(이미 왼쪽 윙백은 중앙선 전후로 라인 올려놔야 함)
5. 오른쪽 윙백은 적당히 라인 올려서 빌드업 플레이 : 아놀드, 칸셀루
6. 미드필더는 양쪽 윙백이 모두 올라가 있을 때는 무리한 플레이 하지 않기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왼쪽 윙어(7번)와 왼쪽 윙백(3번)의 위치만 조정해 주면 된다. 단, 왼쪽 윙어는 오른발 잡이여야 하고, 드리블로 한 명을 제치고 슛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꼭 마무리를 해주고 와야 팀 체력이 안 갈린다. 애초에 잘하는 사람 쓰는 포지션이라 큰 문제는 없다.
왼쪽 윙백이 문제다. 왼쪽 윙백은 보통 팀에서 제일 못하는 사람이 맡기 때문에 보통 욕먹는 포지션이다. 보통의 조기축구에서는 윙백이 저렇게 올라가 있으면 내려오라고 하기 때문이다. 윙백이 위에 있을 때 미드필더의 패스 미스로 역습이 시작되는 경우 거의 대부분 위에 올라가 있는 윙백 잘못으로 결론이 난다. 그래서 팀원들 간에 전술을 공유하고, 합의가 있어야 한다.
어차피 전술적으로 보면 밑에 있어도 4번이 3번 주기 정말 어렵다. 오히려 라인을 높게 잡고 있으면 롱패스로 빌드업 전개가 가능하고, 윙백이 가세하면 공격 숫자가 4명에서 5명까지 순식간에 늘어나기 때문에 찬스를 만들어 낼 확률이 증가한다.
이 전술의 최종 완성은 미드필더이다. 이 전술은 역습 상황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미드필드에서 패스 미스나 볼 간수를 못해서 뺏기면 양쪽 사이드가 텅 비게 된다. 결국 이 문제는 미드필더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래서 미드필더들에게 빌드업 능력이 굉장히 요구된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미드필더의 빌드업 능력은 킬패스, 반대 전환 이런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 팀 위치와 상태(체력)에 따라 전진 패스를 할지 볼을 돌릴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면, 1. 우리 팀이 왔다 갔다 많이 해서 체력 소모가 심한 경우 잠시 볼을 돌려서 숨을 고를 시간을 버는 능력, 2. 우리 팀 윙백 2명이 다 공격 진영에 있어서 무리한 킬패스를 날려서 역습 위험을 만들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이드를 거쳐가는 패스를 선택하는 능력, 3. 우리 팀이 적절한 공격 위치를 잡을 때까지 볼을 간수하고, 그다음에 패스하는 능력을 빌드업이라고 하는 것이다.
미드필더가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해서 공격 전개를 다 결정해야 한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6번)가 중요하다. 중앙 미드필더(메짤라)들은 그나마 위에서 뺏기는데, 수미에서 뺏기면 큰일 난다. 팀에서 제일 미드필더를 잘하는 사람을 6번으로 놓아야 한다. 8번, 10번도 기준에 어긋나는데 무리한 출발이나 킬패스는 지양해야 한다. 기준은 양쪽 윙백의 위치이다. 둘 다 올라가 있으면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면 된다.(경기 중에 체크하는 게 개 어려움)
센터백은 왼쪽 윙백에게 패스를 줄 때만 조심하면 된다. 왼쪽 윙백에게 확실하게 공간이 있을 때에만 주면 된다. 정확한 롱패스 능력이 요구된다. 처음에만 불안해서 못하지 하다 보면 좋다. 상대방 체력도 뺏고, 큰 공간 이용해서 3번 - 7번 - 10번 끼리 공을 돌리기도 쉽다.
전술에 추가할만한 건 왼쪽 메짤라(중미)가 왼발이면 더 나이스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볼 전개나, 로테이션, 컷백 후 슛 할 때 더 유리한 상황이 나올 거다.
끝으로 리버풀의 패스맵을 가져왔다. 좌우 반전해서 생각하면 새로운 전술과 매우 비슷하다. 리버풀은 왼쪽 위주로 빌드업을 하고(전술은 오른쪽 위주), 오른쪽에 있는 살라에게 1대1 찬스를 만들어 주는 전술을 사용한다(왼쪽 윙어가 1대1). 살라는 오른쪽 윙어인데 왼발잡이인 것도 마찬가지로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대신 좌우가 쏠리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있는 거랑 원톱(9번)이 굉장히 내려오는 게 차이점이다.
우리 팀 플레이를 기준으로 전술을 생각해봤지만 대부분의 조기축구팀에도 적용이 될 것이다. 고만고만한 팀에서 고민이 다 비슷하겠지. 그리고 이제 왼쪽 윙백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해졌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