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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Apr 30. 2024

에필로그. '아이고... 틀렸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은  단위의 숫자를 암산 암기력이 좋은 사람들이고 그들처럼 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천재를 따라잡지 못한다. 어느 날에 삼각법에 대한 암기를 하다가 그 풀이 과정 중에 한 단계에서 암산이 틀렸는 데에 머릿속으로 '아이... 틀렸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이상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무엇이 이상하냐면 내 최우선의 목표는 문제를 푸는 것인데 결과로 향하는 과정 중에 하나가 틀렸다고 암산을 멈추었던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말했지만 최우선의 목표는 문제를 푸는 것이기 때문에 '틀렸다'에서 암산을 멈추고 자학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결과 자체를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달았다는 것이다. 정답을 생각하는 보다 내 감정이나 명예나 수치심 더 우선했다는 사건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머리로 설정한 최우선의 목표로 내세운 것은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자'였는 데에 우선순위가 '아이... 틀렸다, 쪽팔린다'라는 생각으로 전환이 되었다는 것이다.


최우선의 목표를 바꾸라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지켜보거나 지적하는 상황도 아니었단 말이다. 한마디로 민망함에도 나 스스로가 느끼는 민망함이 있고 타인이 주는 민망함도 있다는 것도 깨달았고 내 뇌의 모든 생각 중에서 내 자존심이나 정신적인 안전함을 원하는 욕구가 정답보다 에 깔려있었다는 것이다. 감정적인 본능이 이성을 앞지른 것 같다.


그래서 '틀렸다'라는 생각이 들 때에는 그걸 무시하고 '이 문제부터 해결하자'라는 생각을 해서 시행착오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일종의 생각 근육을 길러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물리학 일기>는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고 그것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나도 물리를 많이는 아니라도 조금은 알고 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게 내 욕심이자 목표였다.


그러나  물리에 대한 정성적인 열정을 갖는 것 성공했지만 투자한 시간만 많았을 뿐이지, 정량적인 공식을 풀어내는 데에 실패했다. 비록 공식은 정복하지 못했지만 물리에 대한 생각을 할 때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고 진심으로 행복했다. 


내가 어디까지 무엇을 아느냐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도 인생의 보람이지만 설사 물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게 있다고 많이 또 크게 이야기를 해도 실제로는 받아 적는 것에 불과한 나에게 필요한 건  겸손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걸 최근에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라는 책에서 배웠다.


글을 쓰며 영향력이 큰 사람이 된다거나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내세워봤자 괴리감에 나 자신이 소모된다는 걸 깨달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뽐내려던 나자신이 많이 부끄러웠고 가슴이 아팠다.  깨달은 게 있다면 내가 천재가 아닌데 천재가 되려고 하는 게 스스로를 괴롭힌 거나 마찬가지이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이유였다는 거다.


그래서 뽐내려는 마음을 줄여서 연산이나 수학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잘하지 않았던 독서를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물리학 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며 이 글을 마치겠다. 세상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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