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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Apr 16. 2024

내가 예상하는 길과 실제 걷게 될 길.

어떤 존경받는 학자 어느 것에 대해서 남에게 설명해 줄 수 없다면 그것은 이해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그 글을 접하는 순간에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분명 열 권이 넘는 교양과학책을 봤고 심지어 고등학교 물리학 교재까지 보고 공부를 했는 데에도 불구하고 문제집에 나온 물리학 이론만 알 뿐이지, 숫자가 들어간 문제 하나를 풀지 못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다가 보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나 맥스웰의 방정식들과 이론들을 노력 끝에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길이 '내가 예상하는 길'이었다. 그러나 현재 나는 미적분의 기초가 될 극한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가면서 개념을 이해하는 중으로 갈 길이 십만 리나 되었고 평생 배워도 이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이것이 '내가 실제로 걷게 될 길'이었다.


흔히 천재들은 '이해 뒤에 암기가 따라온다'라고 말하고, 노력파들은 '반드시는 아니지만 암기 뒤에 이해가 따라올 때가 있다'라는 말한다. 물리학을 짝사랑하는 내 입장에서 보면 물리학을 글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내가 예상하는 길'이었으나 암기 뒤에 이해가 따라오게 하려고 갔던 길을 수십 번 되돌아가는 것이 '실제로 내가 걷게 될 길'이었다.

  

그렇다. 돌이켜서 생각해 보니 예상하는 길은 나의 꿈이었고 걷게 될 길은 현실이었다. 나는 학자보다 몽상가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물리학적인 문제를 멋있게 풀어내는 폼나는 모습이었고 실제는 물리학을 붙잡고 엉뚱하게 나만의 철학을 갈고닦는 사람에 불과한 거였다.


그래도 물리학이라는 학문에 시간을 허비하긴 했지만 나를 스스로 갈고닦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나 이 글을 읽게 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물리학의 정수는 고등학교 3년에 대학교 4년에 석사 과정에 2년에 박사 과정에 2년은 밟아야지, 도달할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이다.


약 11년 정도는 쏟아부어야 이론 물리학자 정도의 물리학 기본적인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인데 그 길을 쉽게 평범한 내가 예상한 대로 1년 안에 정복했었다면 그것은 사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11년을 공부한 이론 물리학자는 그냥 11년이 아니라 하루 중에 잠을 자는 시간을 빼고는 모두 물리에 시간을 쏟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며칠루의 날을 잡고 30분씩 숫자를 찾아보기 힘든 교양 과학책을 읽고서 불평불만을 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 글을 읽는 내가 스스로 예상하는 길과 실제 걷게 될  길이 다를 거기 때문에 예상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고 해서 절망하지 말고 하던 대로 자신의 페이스대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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