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기제 Sep 08. 2024

나는 아직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

과학 에세이를 처음 냈을 때에는 세상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컸기 때문에 완성되지 않아도 일단 나를 알리고 보자라는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썼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나는 아직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나는 과학에세이로 교양과학책을 썼다. 이때 당시에는 과학을 이야기하는 데에 수학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필요는 하지만 굳이 그 수준까지 글을 쓸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러다가 다른 과학 에세이들도 브런치북으로 엮으면서 수학이 필요함을 느꼈다. 여기에서 첫 번째 깨달음을 얻었다. 과학적 지식을 얻었다는 게 아니라 수학 공부를 하지 않으면 물리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연산순서, 분수, 복소수, 함수, 지수 함수, 삼각 함수, 극한, 미적분, 스칼라, 벡터, 행렬 등을 공부해 봤다. 그래서 현재 이론적으로는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을 푸는 데에 연산 순서나 미적분 그리고 벡터 등이 쓰인다는 걸 이종필 교수님의 온라인 강의인 '일반인을 위한 상대성이론 강의'와 교재를 보면서 깨달았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반변 벡터, 공변 벡터, 크리스토펠 기호, 리치 스칼라, 리치 텐서, 아인슈타인 텐서, 에너지 운동량 텐서, 측량 텐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첫 번째 나의 부족함이 수학적인 부족함이라면 두 번째 부족함은 물리학적인 부족함이었다. 물리학을 공부했던 이유가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을 암기하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면서 자랑할 목적이었는 데에 그것 자체가, 잘해보려는 마음이 나를 망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교수님께서도 강의 안에 모든 것을 다 외우는 것보다는 공식 자체를 적어가면서 그 뜻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수학적으로나 물리학적으로나 정의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내가 노력한 시간이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슴이 아팠다. 정말 아팠다.


그래서 나는 최근 7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돌아가자라는 마음을 가졌다. 공부의 방향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을 외우고 그것을 달변 하면서 자랑하는 목표'에서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의 이해를 통해서 확장된 프리드만-르메르트-로버트슨-워커 계량을 통해서 현 우주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릴 줄 아는 수준이 되자'라는 목표를 새로 세웠다. 물리학 전체를 내 영역으로 만들자가 내 목표가 아니라 상대성이론과 우주론에 필요한 물리/수학적인 내용만 추려서 공부하는 게 목표이다.


이와 같이 나는 공부한 시간에 비해서 제대로 아는 게 얼마 없지만 공부의 방향성을 바꾼 것만으로 잘 모르던 것들을 천천히 익혀나가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욕심을 충족시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를 통해 정확한 지식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 자신을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불행했던 삶이 행복해졌다. 그래서 나는 오랜 기간 더 시간을 두고 스스로를 더 발전시킬 것이며 죽기 전에 우리의 아름다운 우주를 더 자세히 이해하고 그것을 글로 쓰고 죽는 것이 나의 꿈이다.

작가의 이전글 작은 일에도 만족하는 사람이 승리자다. 하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