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독서나 공부할 때에 그것들을 남들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는 대화가 아니라 지나치게 잘난 척해서 타인의 감정을 다치게 하지 말라는 불경 관련 도서의 글귀 때문이다.
여기에 내 완벽주의자 성향도 내가 아는 것을 다 펼쳐 보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렇다.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것보다 더 두려운 건 완벽하지 못해 보이는 것이다.완벽하지 못한 걸 두려운 것은 내 약점이 드러날까 봐서 걱정하는 것이며 내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상처를 입을까 봐서 때문이다.
그러다가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겪는 시간에 대한 조급함... 즉, 수명이 무한하지 못하기 때문에 멋진 나를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고 보여줄 시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완전한 상태로 자신을 홍보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예를 들어서 지상 위에 떠있는 인공 위성의 높이(h)가 약 2만 킬로미터이고 이 h라는 변수를 지구와 위성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공식에 대입하면 지구와 위성 사이의 시간 간격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공식에 빛의 속도(c)의 변수를 자연계 단위 1로 삼아야 될지 아니면 본래의 속도인 초속 30만 킬로미터로 넣어서 계산해야 되는지는 모른다.
이렇게 내가 공식을 외우지 않고 강의를 보며 머리로 공식의 값을 짐작하는 수준이고 식을 전개해 나가는 것을 식,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기면서 암기할 수 없다.그래도 공식을 분해했을 때에 무엇이 지구를 나타내는 것이고 무엇이 인공 위성을 나타내는 것인지는 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만일 오늘 내가 죽고 열심히 살아온 나를 사람들에게 알리며 수고했다는 말을 못 듣는다고 해도 책을 한 권이 아니라 한 페이지 밖에 이해를 못 했더라도 천재처럼 안 보여도 좋으니 그 한 페이지의 분량만큼 발전한 나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겠다.완벽하지 않고 완성되지 못한 나를 사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