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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Oct 19. 2024

그래도 너였다. 제04화.

 “혹시 모르실까 봐서 말씀드리는 데에 엔트로피는 무질어서도예요. 4차원의 시공간이 확장될수록- 자세한 설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질서도가 높아지죠. 한마디로 ‘깨진 컵’을 설명해 드릴게요. 컵이 깨지면 그 깨진 컵의 파편들을 다시 원래대로 조립은 할 수 있어도 갈라진 금은 되돌릴 수 없죠? 설사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서 프레임 단위로 부서진 파편들을 역순으로 되돌려 조립해도 그 이전의 컵이 아닌 그 이전의 컵의 원자 모양을 따라서 새로 만든 전혀 다른 종류의 컵인 거예요. 그러니까 질서가 무질서해질수록 깨진 컵처럼 시간을 예전에 기록된 시간 그대로 돌아갈 수 없었는데 우리가 우연히 우주의 엔트로피. 즉, 무질서도를 낮춰서 예전대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양자 기술을 개발했어요.”


  ‘...’ 지우는 타임머신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정성적으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성격이 원래 낙천적이라서 설명하는 대상이 하는 설명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동영상 속에서 설명하는 이 여성 이론 물리학자의 설명을 자세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동영상 안에서 여성 송우기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이 스마트폰에 우선 시험적으로 양자 기술이 담긴 칩을 소형화해서 유일하게 이 기계에 탑재했죠. 대신에 기존의 스마트폰의 리튬 배터리로는 구동을 시킬 수가 없어서 핵물리학 기술을 접목시켜서 배터리를 새로 만들었어요. 건강에는 치명적이지만 원자력으로 반영구적으로 구동되는 세계 최초의 최첨단 소형 스마트폰이에요. 사실 스마트폰에 내장될 정도의 작은 칩과 배터리의 양으로는 4차원의 우주 공간 중에서 사람 한 명이 차지하고 있는 좌표 정도의 무질서도만 낮출 수 있고, 어떠한 원리인지는 아직 연구 중이지만 무질서도를 낮추면 무질서했던 시간의 역사가 질서 있게 바뀌면서 과거의 역사에 대한 원자들의 움직임을 역추적할 수 있어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어요.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시간 여행이 되니까 그것을 이론으로 유추해 본 것이지, 실제로 이론이 현 우주와 들어맞을지는 장담을 못해요. 그냥 이 동영상은 지우 씨가 이 기계가 타임머신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 혹시나 몰라서 설명한 거예요. 지우 씨가 과거로 돌아가야 돼서 이렇게 동영상을 남겨요. 이제 다시 2번 동영상을 보세요.”


  우기의 지시대로 지우는 ‘2번. 시간을 되돌려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43살의 정우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우야, 작동법을 알려줄 테니 과거로 돌아가서 너와 내가 결혼하고 네 남편과 내 아내가 결혼해야지.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 현재의 양자 컴퓨터가 우리의 미래를 계산해 봤을 때에 그래야만 해. 그리고 현재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내가 이번 생에서 가장 사랑했던 여자는 오직 너뿐이었어. 돈과 스펙만 보고 살다 보니 그래도 내가 사랑한 건 너였다. 그래서 시간을 되돌려서 너와 잘해보고 싶어.”  


지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잘해보자고?’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 먼저 마음에 걸리는 건 현재의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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