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동영상부터 봐야 할까라고 찾다가 모를 때에는 기초부터- 즉, 가장 첫 번째와 가까운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동영상의 제목은 ‘블랙 테크놀로지’라고 적혀있었다. 영상을 재생시키자 다시 송우기가 등장했다. 우기는 마치 지우가 열린 사고로 자신의 설명을 들어줄 걸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 혹시 지우 씨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을 본 적이 있나요? 과거와 미래가 공존되어서... 아, 우선 이걸 이해하려면 인버전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저도 영화를 부분적으로 봐서, 아! 혹시 가토우 쇼우지의 <풀 메탈 패닉>이라는 라이트 노벨이나 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동명의 만화를 아시나요?”
지우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나 인셉션은 본 적이 있지만 테넷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우기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또 무슨 내용을 말하려는지는 알 수 없으나 <풀 메탈 패닉>이라는 애니메이션은 본 적이 있다. 아이돌 시절에 정우 오빠가 추천해 준 애니메이션이라서 시즌1까지 본 적은 있다.
나머지 시즌들은 보지 않았다. 정우와 더 긴밀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 봤을 뿐이지, 내용은 어려웠고 암 슬레이브라는 마치 건담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이 나와서 세상을 지키는 애니로 기억하고 있다. 도중에 블랙 테크놀로지에 대해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다시 내용을 떠올리기 위해서 정지해 놨던 동영상을 다시 재생시켰다. 영상 속에 우기가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풀 메탈 패닉>을 보면 ‘블랙 테크놀로지’라는 개념이 등장해요. 방법은 알 수 없지만 미래의 누군가가... 그들의 관점에서는 과거의 인물인 위스퍼드라는 특별한 인물들에게 미래의 어두운 기술들, 즉 과거의 역사가 크게 또 어둡게 바뀔 수 있는 미래의 지식들을 전파해요. 그리고 위스퍼드들은 각자 저마다 전달받는 미래 지식의 내용이나 지식의 깊이가 각자 다 달라요. 사실대로 말할게요. 믿기지 않겠지만 그런 일은 <풀 메탈 패닉>을 읽은 미래의 지식인이 저에게 소형 타임머신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그래서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완성되지도 않고 스마트폰 배터리 크기 수준의 소형 배터리를 만드는 방법도 제가 알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무늬만 과학자인 셈이지. 지우 씨에게 넘겨준 타임머신은 양자 역학과 엔트로피 그리고 인버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며 만화에서 블랙 테크놀로지를 과거로 전달하는 아이디어를 준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에 영향을 받은 지식인이 만든 거나 마찬가지예요.... 21세기 반영구적인 배터리를 탑재한 소형 타임머신 개발이라니... 현실적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죠. 사실 핵 기술과 접촉된 인간은 불임이 된다거나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데에 그런 기계를 세상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지우 씨에게 전달해 주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에요. 하지만 제가 동영상을 이렇게 남기는 이유는 제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지우 씨가 이 영상을 보고 있을 때쯤이면 저는 이미 기한이 다 되어서 죽었을 것이고 그러기에 제 임무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지우 씨에게 전달했겠죠. 미안해요. 지우 씨가 선택된 이유는 다음 동영상을 보면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