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대 포장된 사람.

by 김기제
AI 그록이 생성해 준 이미지.


나는 유명인도 공인도 아닌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혼자서 오버하고 있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개인적으로 여태까지 약 36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약 500명의 사람과 인연을 쌓아왔다. 이 중에 짧으면 세 달 길게는 십수 년을 함께 해온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작가로서 책을 팔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림엽서를 팔며, 만학도로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공부하면서 주변 사람들은 내가 글, 그림, 공부. 이 세 가지 모든 영역을 정복하고 행복해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한 환상을 오늘 깨부수려고 한다. 나는 솔직히 과대 포장된 사람이다. 작가가 된 이유는 왕따에 대한 트라우마를 깨기 위함이었고, 그림을 그렸던 이유는 빵셔틀이라는 타이틀을 벗기 위함이었으며,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학업 성취도를 대리 만족시키기 위함이었다.


냉정하게 내 커리어를 살펴보면 6권의 책 중에서 베스트셀러가 없는 작가, 백수십 점의 그림 중에 단 한 점도 팔리지 않은 일러스트레이터, 십 년 동안 물리를 공부했지만 끝내 수학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다.


성인이 되기 이전까지 많은 부분에서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제는 거기에다가 사회 불안 증세에 공황 장애까지 추가하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에게 내 인생사를 통째로 들려줬더니 장점만 부각하고 단점만 감추지 그랬냐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도 나이가 어렸을 때에는 여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장점만 이야기한 적도 있었지만 그러면 남자들 눈밖에 났다. 나는 남자들의 인정을 받고 싶었다. 동성애자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이성에게 내 인생의 역사가 장점이자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재지만 남자들에게는 내 모습이 잘난 척만 하고 여자에 미친 X으로 보였을 것이기 때문에 사랑을 받을 수가 없었다.


동성들에게, 그러니까 같은 남성들에게서 인정받으면 남녀 모두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거만한 생각에서 나온 것 같다. 그래서 이성이 내게 관심을 보이면 주변에 동성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면 실제로 회사 생활을, 그렇지 않았던 직장에서보다 비교적 더 오래 근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과대포장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니면서 나를 감추는 연습과 남성들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장애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나한테 화났을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화났어? 네가 이해해 줘라. 나 장애인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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