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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별 Dec 07. 2022

나-전달법으로 닫혀있던 입이 열리다

'나-전달법이 뭐야?'


남편이 직장을 갖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새로운 도시에 살게 되었다. 타국에서 살다가 온 터라 아는사람도 없고 낯선도시 생활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둘째를 가진 만삭의 임산부였던 나는 할 수 있었던 것들이 한정적이었다.


그래도 살아야 했기에, 적응해야 했기에 큰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새로운 도시를 조금씩 적응해 나아갔다. 둘째를 출산 후 더 활동은 어려웠고 집에서 육아하며 우울감이 찾아왔다. 치워도 치워도 티도 나지 않는 어질러진 집, 밤과 낮이 뒤바뀐 잠 패턴으로 온전히 육아는 나의 몫이었다. 사서 먹어본 적 전혀 없는 나는 모든 음식을 수제로 해주었기 때문에 더욱 지쳐갔다.

내 얼굴은 거울 한번 볼 새도 없고 오로지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나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는 위기감이 내 마음속을 후벼팠다. 돈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착했던 곳의 집은 열약했고 더 이상 이곳에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내놓았지만, 집이 나가지 않아 결국은 계약기간 2년을 채우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그때 당시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월세가 내려가 조금 더 나은 환경의 동네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동네에서 적응할때쯤 큰아이가 유치원 생활을 하며 유독 강한 친구에게 말도 못하고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되었다. 나는 화가 나서 아이에게 “왜 말을 못한거야?”하며 아이를 다그쳤다. 그런 내 아이를 보며 속상하고 눈물이 났다. 내 모습이 아이에게 보이니 다 내 잘못 같았고 그런 내가 싫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태권도에 놀이수업이 있었는데 아이를 데리러 갔다. “OO야 집에 가자” 아이는 나를 보며 달려왔다. 그런데 그때 한 친구가 우리 아이이름을 부르며 가운데 손가락으로 까딱이며 오라고 표시했다. 그래서 다가가니 아이를 붙잡고 무릎으로 배를 과격하는것이 아닌가! 너무 놀란 나는 그 순간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는 나에게 달려왔고 신발을 신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면서 나는 “ 저친구가 너 괴롭힌 그친구니?” 하고 물었다. 아이는 고개만 끄덕였다.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고 집에 왔는데 어찌나 속상하던지 그 아이에게 아무말 못한 내가 한심했다.


속상한 마음이 가득해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눈물이 나던 그때. 같은 아파트 동의 아이 친구 엄마가 나에게 “이렇게 마음이 여려서 어떻게 아이를 키울 거야~” 라고 말을 건네시는데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여려서 내 사랑하는 두 아이를 어찌 키워나갈 수 있을까. 나는 더 강해져야만 했고, 변화해야만 했다.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줘야 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 그쯤 우연히 신문 전단에 집 앞 교육문화센터에서 부모 교육 지도사 과정을 모집글을 보게되었고 무조건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등록했다.

첫수업 날, 모두 아는 사람들과 삼삼오오 수업을 들으러 온 사람들. 나는 혼자였지만 괜찮았다.

부모 교육 수업을 받으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MBTI 유형도 검사하고 에니어그램 검사도 하면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이는 어떤 유형인지 등등 나를 알아가며 타인은 어떤지도 살피고 무엇이 다른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교육을 받고 오면 기분도 좋아지고 어떻게 아이들에게 해야 할지 알게 되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달 정도 수업을 받던 중 나-전달법 코칭 방법을 알려주셨다. ‘아~ 나를 전달하는 화법이 있구나.’ 하며 신기하고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데 하는 마음이 들면서 공감이 됐다.


우리는 대화할 때 특히 아이들에게 너-전달법을 사용한다. ‘밥 먹어.’ ‘청소해.’ ‘너 왜 안 치웠니?’ 이 모든것들이 너 전달법이다. 이것을 나전달법으로 바꾸면 ‘엄마는 네가 밥을 먹으면 좋겠어.’ ‘엄마는 네가 청소했으면 좋겠어.’도 나의 마음을 나-전달법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게 된다. 그럼 듣는 사람도 상대방의 마음을 기분 나쁘지 않게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배우면서 조금씩 변화하던 어느 날 집 앞 슈퍼에 갔을 때 일이다. 평소 아이들과 자주 가던 슈퍼였는데 처음엔 사장님께서 친절하셨는데 언젠가부터 말을 퉁명스럽게 하시고 불친절하셔서 왜 그러시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슈퍼에서 이거 사겠다 저거 사겠다 하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신중하던 둘째는 물건 고르는 데 오래 걸리기도 했다. 혹시 그것 때문에 우리가 가는 것이 불편하셨나 하는 생각을 혼자 했었다. 단지 내에 슈퍼가 하나이다 보니 그곳밖에 갈 곳이 없어서 매일 가던 슈퍼였다. 불친절하지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마음은 늘 불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스 선물 세트가 필요해서 그 슈퍼를 갔다. 내용물은 없고 주스 상자만 세팅되어있어서 사장님께 물었다.

“사장님, 저 주스 있으신가요? 저 주스 얼마에요?”라고 물었다. 처음엔 대답이 없으셨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때야 말을 흐리며 퉁명한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몰라요. 봐야 해요!” 하며 다른 손님 물건만 챙기시고 안내하셨다. 화가 났지만 그래도 나는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그때야 “있어요! 만원이에요!” 하시더니 물건을 꺼내 주셨다.

나는 계산하며 차분하게 사장님께 말했다. “사장님, 혹시 제가 사장님께 잘못한 게 있나요? 제가 물어봐도 대답도 없으시고 말투가 퉁명하셔서요.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물어보고 풀고 싶어서요.” 그랬더니 사장님께서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아니요. 그런 거 없어요.” 하셨다. “저는 집 앞이라 이 슈퍼가 편하고 좋아요. 그런데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 제가 올 때마다 뭔가 기분 나쁘게 대하시니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편하게 오고 싶어 말씀드렸어요.”


이렇게 말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어찌나 마음이 후련하고 편하던지. '내 마음속 의견을 전달하는 게 이런 거구나'하는 마음이 들면서 나를 마음을 전달하는 나-전달법을 사용하니 너무 좋았다. 이일이 있고 난 이후 슈퍼에 갔는데 어찌나 사장님께서 친절하시던지 나는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슈퍼를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변화하기 시작하며 쪽지에 아이에게 나전달법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니 아이가 나에게 나전달법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어찌나 흐믓하던지 ‘엄마가 변해야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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