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란 무엇인가?
플랫폼 운영자는 생산자나 소비자로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플랫폼은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말합니다. 양면시장을 지향한다는 것은 플랫폼에 참여하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자신의 고객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 아이디어를 실행함에 있어 핵심은 “플랫폼 운영자가 생산자나 소비자로 참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사업방식은 단면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생산자 입장이었습니다.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통제해 생산 비용을 줄이고, 마케팅을 하고, 판매량을 늘리는 등 말이죠. 하지만 플랫폼은 그런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플랫폼 운영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매출이나 이익 중심적인 생각을 넘어서 검색이 잘 되도록 돕거나(구글), 회원들 간의 소통을 활성화시키거나(페이스북), 거래를 편리하게 하는(아마존) 등 각각의 플랫폼이 지향하는 가치에 집중하는 접근만이 유효”합니다.
혁신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적 진보를 만들어냈을 때, 다른 하나는 사업모델 자체가 혁신적일 때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다는 혁신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타다에게는 기술적인 혁신성이 없었기에 사업모델상 혁신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타다의 사업모델은 기존의 법인택시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었죠. 그저 단면시장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에 혁신이라는 단어를 적용하기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에 반해 우버는 왜 혁신적이라고 평가 받을까요? 우버는 플랫폼을 통해 ‘차량 소지자’와 ‘사용자’를 연결함으로써 기존에 없던 직업을 만들어내고, 택시 산업이 망가져있던 캘리포니아의 이동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우버는 기술적인 혁신성은 없었을지라도 양면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모델의 혁신이 있었습니다.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은 양쪽의 참여자를 만나게 해주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에서 멈추면 안됩니다. 그와 함께 두 참여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도구를 제공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예는 지상 최대의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판매자와 소비자 둘 모두를 위해 매력적인 도구를 제공하는데요. 사실 아마존은 태생적으로 오픈마켓이 아니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모든 책을 아마존이 구입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커머스를 시작한 후 10년이 지난 2007년에도 오픈마켓 의존율은 30%에 불과했죠.
양 쪽 참여자 모두를 균형있게 키우는 것이 핵심인 플랫폼에서 아마존은 셀러를 늘리기 위해 FBA(Fulfillment by Amazon)이라는 판매관리 도구를 제공하면서 오픈마켓 비중은 65%까지 확대됩니다.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어떤 도구를 제공했을까요? 바로 ‘아마존 프라임’입니다. 소비자가 연간 119달러를 지불하면 아마존 프라임에 해당하는 상품을 모두 2일 내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상품은 모두 아마존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고객 주문이 이뤄지면 즉시 아마존의 통제 하에 배송이 이뤄집니다. 이는 단순히 책임배송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이 덕분에 아마존에서는 다른 오픈마켓처럼 하나의 상품에 수많은 셀러들이 유사한 가격으로 상품을 올리는 혼잡함이 사라지고, 제품 소싱부터 배송까지 이뤄지는 훌륭한 고객경험을 구현한 것이죠.
플랫폼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두 개의 시장을 대상으로 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두 개의 시장을 한 곳으로 모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둘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고 그 참여를 결정하는 요인이 바로 시장의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플랫폼에서는 운영 원칙이 중요합니다. 이 원칙은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 따라, 제공하는 가치에 따라, 그리고 창출되는 가치에 따라 다르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또한, 한번 정한 원칙을 쉽게 바꿀 수도 없습니다. 단면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생산자라면 물건 가격과 종류를 조정하고 판매 원칙을 바꾸는 것이 자유로울지 모르지만, 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원칙을 한번 정하면 쉽게 수정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배달의 민족을 배달음식 사업 자체로 인식합니다. 구글과 네이버는 지식 사업자로, 페이스북을 미디어로, 아마존과 쿠팡을 유통사업자로 인식합니다. 이렇게 성립된 플랫폼은 공급자로 인식되고 공급자의 역할을 대체하게 됩니다. 왜 이런 착시가 만들어질까요?
그것은 플랫폼이 가진 지향점이 결국 공급자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플랫폼은 단일 공급자가 아니라 그 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플랫폼은 ‘성립’한다고 말합니다. 그 말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타나는 것이죠.
그래서 플랫폼에서 첫 번째 성공은 경쟁을 통한 승리가 아니라 시장에서의 인정을 통해 성립되는 것입니다. 플랫폼이 성립되려면 기존의 산업 행위보다 편리하거나, 고품질이거나, 공평하거나,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하거나, 이전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내거나 무언가 이전보다 발전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양면시장의 참여자들이 이전보다 진보했다고 느껴야 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