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에선 라임티를 마셔야해, 청량하고 상큼한 그 날의 라임티, 달랏여행
속이 더부룩하면 탄산수가 마시고 싶다.
술을 못 마시는 나는
기름진 음식, 구운 음식, 매콤한 음식을 먹을 때마다
탄산수를 마시며 "캬아-"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냉수로는 도저히 탄산수가 뿜어내는 그 상쾌함을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탄산수는 역류성 식도염에 최악이다.
그래서 마시고 싶어도 참는 순간이 필요하고,
기분 좋게 마시고도 건강에 안 좋은 걸 들이켰다는 죄책감도 함께한다.
그런 와중에
탄산수를 대신할 수 있는 음료를 달랏에서 발견했다.
바로
'라임티'다.
인생 라임티를 달랏에서 만났다.
달랏에서 무려 4박 5일을 머물렀는데,
그 황홀한 라임티를 단 하루밖에 맛보지 못했다니.
생각할수록 애가 타고 아쉽다. 하지만
마지막 날에라도 '라임티'라는 특별한 음료를 맛보게 되어 다행이기도 하다.
달랏에서 맛본 라임티는 단순한 원액이 아니라 생라임을 넣은 신선한 아이스 티였다.
베트남에서 흔하게 즐길 수 있는 짜이티, 코코넛티, 사탕수수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마치 탄산수를 마신 것처럼 톡 쏘는 상쾌함이 가득했다. 엄청 달달한 티도 아니어서 꿀떡꿀떡 잘 넘어가
한 잔 더 추가 주문을 했을 정도다.
고산 지대인 달랏은 신선한 농산물로 이름난 곳이다.
그래서였을까, 그곳에서 맛본 라임 역시 한층 더 싱그러웠다.
달랏이 라임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역시나 검색해도 정보가 없다.
그래서였을까, 그날 마신 라임티가 자꾸 떠올라 여러 카페와 식당을 헤매었지만,
어디에서도 그 맛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일반적인 라임티가 아니라 내가 방문했던 식당의 스페셜티였나 보다.
라임티를 만나게 된 운명의 식당은 오후 3시까지만 운영을 했다.
달랏을 떠나기 전, 베트남 가정식으로 한 끼 든든하게 먹고 싶어 우연히 들어간 곳이었는데
1박 할 때부터 매일 왔어야 했다며 남편과 나는 모든 요리를 극찬하며 먹었다.
오후 3시가 넘었더라면 영원히 맛볼 수 없었을 거라며 우리는 정말 맛있게 식사를 즐겼다.
요리가 맛있는 만큼 더 맛있었던 건 놀랍게도 라임티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 집은 정말 꿈같은 곳이다.
라임티는 청량했고 상큼했으며 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힘이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베트남은 짜이티지! 하면서 짜이티만 시켰더라면 내 인생의 라임티는 없었을 거다.
달랏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고 호찌민에 온 이후에도 라임티가 계속 생각났다.
도시에 오면 더 다양한 라임티를 마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어떤 카페, 식당에도 없었다.
심지어 메뉴판에 라임티가 있는 경우도 드물었고, 운이 좋아 라임티를 시키면 얼음과 원액만 줬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달랏 고산지대 특유의 싱그러운 맛과 그 식당의 마법이 더해진 라임티였구나.
“진작 알았다면 매일 몇 잔씩 마셨을 텐데”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마지막 날에라도 맛볼 수 있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도 동시에 든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잊히지 않는 라임티의 맛과 향.
단순한 음료를 넘어 여행의 소중한 발견이자 기억이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만난 특별한 경험이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는데
라임티가 딱 그렇다!
나에게 달랏의 라임티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그때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그나저나 지금으로선 탄산음료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음료가 라임티인데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다.
이참에 내가 한 번 도전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