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one me, 디지털 디톡스, 인스타 앱 삭제
<2025년 D-64> 10월 29일 수요일, 앱 하나 삭제하기
일상에서 겪는 심리적·신체적 고통을 잊기 위해
나는 일부러 디지털에 과하게 몰입한다.
디지털 디톡스를 해서 고통을 정화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 ‘인톡스’로 고통을 잠시 마비시키는 거다.
디지털 인톡스는 참 쉽다.
앉아서, 누워서 어떤 자세로든 가능하다.
길가면서, 밥 먹다 말고도 틈틈이 가능하다.
릴스와 숏츠는 끊임없이 재생되고
흥미롭고 자극적인 댓글들을 훔쳐보는 데 1초도 안 걸린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을 의식 너머로 보내버리고
나는 흠뻑 핸드폰이 가져다주는 세계에 취하기만 하면 되니
나를 세상으로부터 간편하게 분리시킬 수 있다.
생리통 때문에 새벽에 깬 날이면
진통제를 삼키고 약 기운이 돌 때까지 나는 인스타, 유튜브 등을 전전한다.
정보를 얻기 위함도 아니고, 심심해서도 아니다.
물리적 고통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 꽤 도움이 된다.
유난히 지치고 피곤한 사회생활로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때도
나는 스마트폰의 앱들을 기웃거리며
일상으로부터 받은 자극들을 잊는다. 대신 디지털 기기가 뿜어대는 블루라이트와
온갖 가십, 자랑, 광고로 가득한 디지털 자극에 내 마음을 맡긴다.
단시간의 디지털 인톡스는 꽤 나에게 유용했다.
하지만 어정쩡하고 구부정한 자세에서 스마트폰을 한참 들여다보고 나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팠다. 눈은 퍽퍽하게 건조해져 버려 빨갛게 충혈되는 건 기본값이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버려 급하게 잠잘 준비를 하지만
결국 침대에 누워 잠들기 직전까지도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소비했다.
그 결과 내 마음에 무엇이 남았을까?
나는 질투와 시기심을 키웠다.
나보다 피부가 좋아 보이는 사람에겐 열등감을 느꼈고
값비싼 명품이 배경인 사람에겐 열패감을 느꼈다.
나는 돈이 아까워서 못 가는 고급 식당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즐기는 사람들을 사람들을 보면
자격지심이 올라왔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주식수익률을 보며 난 이제껏 뭐 했나 하는 자기 비하까지 생겼다.
내 생활을 좀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그림자들이 켜켜이 쌓여갔다.
설령, 내가 본 것들이 꾸며낸 가짜일지라도
나는 그 가짜마저 갖고 싶었다.
삶에 대한 허무함과 공허함으로 가라앉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왔다.
아무 생각 없이 숏츠와 릴스를 본다고 해도
내 무의식은 화면 속 사람들과 끊임없이 나를 비교했다.
그 결과 나는 못난 사람,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나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비교가 아니었다.
내 마음이 현재 너무 취약해서
고민과 걱정이 많은 시기라
분별없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흡수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자
이 고리를 끊고 싶었다.
건강하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볼 수 있는 힘이 생길 때
다시 돌아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필요 없다고 생각한 앱 인스타를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