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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Sep 21. 2024

#엄마2-연락처는 어머니

같은 엄마, 다른 엄마 (짧은 에세이적소설 모음집)


"시어머니한테 전화 온 거야?"

 전화가 들어오는 핸드폰 화면을 보고 동료가 말했다.

"아니요, 엄마예요. 친정엄마"


사실, 부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부를 일도 없을 호칭인 엄마를 말하는 '어머니'

오직 내 핸드폰 연락처에만 '어머니'라고 떠 있는 엄마.

그렇게라도 엄마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고 싶다.

어머니라고 하면 더 조심스럽게, 하고 싶은 말도 그대로 내 안에 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경계를 지키면서 엄마를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살 터울의 시댁살이를 고되게 하는 언니가 그랬다. "시댁에 가면 마네킹처럼 있어, 괜히 말했다가 꼬투리 잡히지 말고" 그런데 나는 친정 엄마한테도 마네킹이 되고 싶다.


엄마의 반찬 투정도, 아빠에 대한 애환과 짜증도, 그녀의 안타까운 가족사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를 평가하고 비교하는 그녀의 말투가 거슬리더라도 "그랬구나" "그랬어?"라며

마네킹처럼 그렇게 있고 싶었다. 그러려면 엄마가 아니라 어머니라는 호칭이 필요했다.

그 호칭은 엄마에게 선을 긋는 딸의 경계선이다.    


그녀는 나에게 자주 전화 하지 않는다. 아니 먼저 전화하지 않는 편이다.

몇 년 전 심심해서 딸한테 전화하는 노년기는 보내지 않을 거라는 그녀의 선언 내지 다짐 같은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핸드폰 화면에 '어머니'가 울리면 나는  

여보세요 대신에 "무슨 일 있어?" 하며 전화를 받게 된다.  


엄마가 아니라 어머니가 전화를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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