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단어 습작소>(랜덤 단어 3개) 골목, 어둠, 조각
불꽃소녀는 어둠을 밝히는 팬이다. 나의 최애가 대중의 분노로 불타 바스러진 김조각이 돼 가는 걸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
불꽃소녀는 생각했다.
한국나이, 국제나이, 대통령이 새로 정의해 준 만 나이까지. 우리가 스스로 정의하는 나이가 어디 한 두 개인가? 우리도 이제 나이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언제까지 나이로 서열을 매기고 계급을 매겨야 하는 건가.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겉모습으로 사람들의 나이를 가늠하는 건 참 어렵고
옛날의 30대가 지금의 30대와 다르듯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멤버들이 여럿이라 굳이 나이로 순서를 따지면 복잡해지긴 했지만 10살 이내는 다 친구 먹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이게 사회 매장감은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불꽃소녀는 노트북을 켜고
H의 팬버스에 계정을 태그해 sns에 글을 쓸 준비를 했다.
출처를 밝혀가며 불꽃소녀는 토머스 딜런의 시를 차용하여 세상에 호소했다.
'어둠 속으로 순순히 가지 마시오.
우리 팬들은 어둠을 앞에 두고 불타야 하며 악을 써야 하니
분노하시오. 죽어가는 H의 빛에 대항하여 분노하시오.'
어둠에 잠겼던 팬들의 골목골목의 첫 초를 불꽃소녀가 밝히기 시작했다.
그리곤, 불꽃소녀가 H의 폴더에 모아두었던 링크들을 첨부하고 썸네일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유기견을 돕는 H, 재난 재해지역에 서슴없이 억 단위로 기부했던 H, 후배 가수들에게도 90도로 인사하는 H,
어린이 소아암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병원 공연을 가는 H 등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놨던 H의 모습을 환히 밝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