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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심는 사람과 사람을 묻는 사람

by 낭만 탐정

안녕하세요, 보요님.

분명 편지를 썼을 때는 5월이었는데, 벌써 6월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어요.

봄에 좋아하는 꽃에 대해 써도 좋지만, 세상이 푸릇푸릇해지고 있는 이때에 쓰는 것도 참 좋네요.


저는 식물을 참 좋아합니다. 그 배후에는 어머니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머니가 예전부터 식물을 많이 키우셨거든요. 또, 식물을 잘 키우시는 금손이셨어요.

정체 모를 공기 청정 식물을 무럭무럭 키워 거실 천장에 몇 바퀴나 둘렀을 정도니까요.

지금은 힘에 부치셔서 다 처분해 버리셨지만, 제가 그 뒤를 이어 2대 식물 관리자 (House Plant Manager)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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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방에도 식물이 참 많습니다. 8개 이상은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꽃은 없어요. 왜냐면 제가 다 죽여버렸거든요. (갑자기 분위기 호러)

관엽 식물 키우기는 참 쉽지만, 꽃을 키우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요. 수분, 햇빛, 건강한 토양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하는데, 제 방은 볕은 물론 바람도 잘 들어오지 않아 역부족인가 봅니다.



7114BD17-238A-4985-BE9C-384C3C55C7A4.jpeg 제가 찍은 무궁화입니다


꽃을 잘 죽이는 저와는 달리 본성은 꽃을 좋아해요.

'좋아하는 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백합, 데이지, 튤립, 장미, 능소화 등... 5~6월에는 장미, 7~8월엔 능소화를 볼 때마다 사진 찍는 습관이 있어요. 나름 저만의 연례행사거든요.

좋아하는 꽃보다는 제가 재밌어하는 꽃을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수국입니다. 큼지막해서 예쁜 수국은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꽃이기도 해요.


수국은 토양의 산성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꽃인데요. 알칼리성이 강하면 파란색을, 산성이 강하면 붉은색을 띠지요. 이런 특성 때문인지, 파란 수국 옆에 붉은 수국이 있다면 땅 주변에 시체가 묻혀 있는 거라는 괴담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수국을 발견하게 되면 꼭 색깔이 같은지 확인하게 된답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이제 이 글을 보게 된 보요님도 저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되시겠지요?


수국과 살인. 가드너와 살인자. 꽃을 심는 사람과 사람을 묻는 사람. 그 둘이 사랑하는 사이라면 어떻게 될까? 수국이 피는 달인 6~7월엔 살인자들이 가장 많이 적발되는 달이지 않을까? 뭐, 이런 시답잖은 걸 상상한답니다. 소설 도입부도 얼추 생각해 놨어요. 어이없어.


어쨌든, 이제 곧 수국의 계절입니다. 수국은 물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이번엔 얼마나 비가 쏟아질지... 인명 피해만 없었으면 좋겠는 마음입니다.

몸 조심하시고, 마음 조심하시고! 6월을 잘 보낼 준비를 해보아요.

안녕, 6월아!




https://www.youtube.com/watch?v=SgUbLVfzr28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썼어요. 우아한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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