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남편과 한 침대를 쓰게 되면서 남편의 코골이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이 있다. 나는 남편에게 코 고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못 잤다고 말했고 그다음 날부턴 어찌 된 건지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거의 사라졌다. 별다른 조치를 취한 게 없음에도. 사실 코를 골지 않기 위해 깊은 잠을 못 자는 게 아닐까 걱정도 조금 되었다.
어릴 적 나는 언니에게 이를 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난 이미 깊은 잠에 빠졌을 때니 내가 스스로 알아차릴 일은 없었고 그냥 한 번씩 이를 갈긴 하나보다 생각했다.
결혼 후 애들보다 늘 내가 늦게 잠들었고 제일 먼저 깼기에 누구로부터 내가 코를 곤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큰 아이는 대학을 가는 바람에 곁을 떠났고 작은 아이는 사춘기 때부터 통제를 싫어해서 아이와 함께 잘 일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간혹 아이방에 모기가 있으면 아이는 베개를 안고 내가 자는 침대로 슬그머니 들어왔는데 다음 날이면 나에게 꼭 한 마디 했다.
"엄마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어. 모기 때문에 내 방에 갈 수도 없고 너무 힘들었어."
내가 코를 골았다고? 믿기 힘들었다. 여태 내가 코를 곤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지난겨울 한국 방문했을 때 우리 가족은 친정에 함께 머물렀고 애들은 거실에서 나는 엄마와 함께 잤다. 어쩌다 큰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자고 싶다고 내 곁에 올 때가 있는데 다음 날 아침 눈 떠보면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왜 자다가 나갔어?"
"엄마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그냥 나갔어.."
엥? 내가 또 코를 골았다고?
울 엄마는 내가 코를 곤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애들은 둘 다 내가 지독한 코골이라 한다. 뭐가 맞는 말인지 몰라 남편에게 물어봤다. 아니란다. 내가 코를 안 곤단다. 뭐지? 엄마와 남편은 내가 코를 골지 않는다고 말하고 아이들은 하나같이 코골이 대마왕이라 한다. 답변이 너무 극과 극이다.
나와 한 침대를 제일 오랫동안 써왔던 남편은 아직 한 번도 내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진상조사가 필요한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몇 번을 되물어도 남편은 절대 아니란다. 그냥 잘 잔다고만 말한다.
그러고 보니 남편은 나에게 불평을 널어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불평을 하는 쪽은 늘 나다. 내가 화난 것 같으면 남편은 일단 사과부터 하고 본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몰라도 그냥 뭔가 잘못했다고 미리 짐작하고 분위기를 바꿔보려 애쓰는 모습이다.
결혼한 지 벌써 23년째, 이제야 나는 조금 알아간다. 내가 남편과 잘 때만 코를 골지 않았을 리 없다. 내가 민망해할까 봐 나를 배려한 것이다. 나는 그냥 다 말했는데 남편은 나에게 혹시라도 상처가 될까 봐 그동안 말을 안 한 거다. 미안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