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진짜 안 먹어? 응 안. 먹. 어.
뱃살 빼기
남편은 꼭 세끼를 밥으로 먹어야 식사를 했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난 그냥 과일 하나만 먹어도 식사가 되는데..
난 소식가는 아니고 오히려 대식가에 가깝지만 여태 살아오면서 몸무게의 변화는 거의 없는 편이었다. 둘째를 낳고 모유수유 하는 동안에는 42kg을 유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고부터 그렇게 변화 없던 몸무게에 조금씩 차이가 생기더니 급기야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
옷을 입어도 허리 사이로 뱃살이 쭈뼛거리며 삐져나가니 조금씩 불안감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뱃살이 찌니 몸이 무거워지고 앉아 있으면 아주 불편해진다. 처방이 필요함을 느끼고 아침식사라도 줄여볼까 싶다.
아침 밥상을 차리며 밥을 한 그릇만 퍼오니 남편이 묻는다.
"밥 안 먹어?"
"응. 안 먹어."
"왜??"
"자기랑 먹으면 너무 과식하게 돼서 이제부터 안 먹을 거야.."
"진짜로??"
"응. 진짜"
"다 먹고살려고 하는 건데 그냥 먹지?"
"아니. 안 먹어.."
"그럼 진짜 나 혼자 먹는다!"
"오케이"
그렇게 남편 혼자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는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고 식탁에 앉는다.
입이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한국 다녀올 때 작은 내 손바닥 만한 용량의 건빵을 많이 사 왔는데 이거라도 먹자 싶어 한 봉 뜯어 사각모양 건빵을 입에 하나하나 집어넣고 오물거린다.
목이 마르다. 냉장고를 열어 물을 한 모금 마시니 달달한 게 당긴다. 잘 익은 망고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옥수수 두 개가 상하기 전에 익혀나 두라고 속삭인다.
망고와 옥수수를 꺼내 옥수수는 손질해서 물이 든 냄비에 소금과 함께 불에 올려두고 망고 두 개는 잘라 그릇에 담아 간다.
남편은 배가 부르다며 몇 조각만 먹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골프대회에 눈을 꽂는다. 할 수 없이 남은 망고를 내가 다 먹는다. 너무 맛있다.
그릇을 씻고 정리하는 동안 옥수수가 다 익었다. 우리 가족은 내가 다 까줘야 먹으니 먹이려면 포크로 옥수수 알을 다 까놔야 한다.
두 개의 옥수수가 알알이 떨어졌고 큰 그릇에 한가득 담겼다. 한 알 입에 넣어 보니 맛있다. 난 일단 입에 뭘 넣기 시작하면 잘 멈추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식구들 먹이려고 깐 옥수수 알들이 어느새 반밖에 안 남았다. '에고 이제 진짜 그만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한 마디 한다.
"나랑 같이 아침 먹으면 과식한다고 안 먹는다더니 뭐 밥만 안 먹었지 아침 내내 입에 뭘 넣고 있구만.."
뜨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