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슬픈 독립기념일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내가 사는 인도네시아는 지금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느라 동네방네 국기가 달리고 주말이면 대규모의 사람들이 빨갛거나 하얀 인도네시아 국기 상징하는 옷을 입고 온 동네 걷기 대회를 참석한다. 한 달간 나라가 온통 축제분위기다.
매주 목요일마다 나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 엄마들 기도모임에 참석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 아이들은 대부분 증조 부모가 중국에서 온 경우라 국적은 인도네시아지만 혈통은 중국인이다.) 특별한 날 드레스코드를 정하고 만나서 신나게 즐기는 걸 좋아한다.
인도네시아 공식 독립기념일은 8월 17일이나 정기모임일이 오늘이라 인도네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빨강이나 하얀색 옷을 입고 모였다.
기도모임을 주관하는 엄마가 인도네시아 국기를 인원수대로 챙겨 왔다. 인도네시아 국기를 손에 드니 대한민국의 독립기념일이 바로 오늘 이란걸 꼭 알리고 싶어 진다.
나는 휴대폰에서 대한민국 국기를 찾아들고 보여주며 모인 엄마들에게 알린다.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는 모두 일본으로부터 같은 해에 독립했고 올해가 두 나라 모두에게 79주년이 된다고. 한국도 일본의 식민지를 살았다는 걸 몰랐던 이들도 있어 놀란다.
여태 독립기념일은 내게 그냥 독립기념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내 자신의 조국이 현재도 일제 치하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너무도 가슴 아픈 날이다.
모든 정부 요직은 물론이고 독립기념관장 마저 김형석으로 임명한다. 그는 <김구선생을 좌파라 갈라 치기 하거나 임시정부 역사를 평가절하하며 일제강점기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일본 시민이었다>고 주장하는 자다. 한 순간에 아직도 우리가 일본의 속국이며 독립도 되지 못한 존재로 전락시켜 버린다.
내 나라의 수장이 대한민국의 국민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이 일이 과연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맞긴 한 건지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인도네시아 엄마들에게 내 조국의 독립기념일이 바로 오늘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 현재 처한 조국의 상황이 떠오르며 내 눈에 눈물이 맺힌다. 하지만 애써 숨긴다. 그들에게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을 알리기엔 너무도 창피했기 때문이다.
독립기념 노래 속에서 그들은 게임도 하고 맘껏 즐기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다.
이 말도 안 되는 나라 상황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보고만 있는 나 자신이 독립운동을 위해 기꺼이 꽃다운 목숨을 내놓으신 투사들께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죄송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