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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여행 - 스텐리 공원을 가다(4)

난생처음 마약중독자를 봤다

by Sassy

작은 아이에게 모든 여행일정을 맡긴 터라 캐나다 밴쿠버에 대해선 밴프 빼고는 하나도 공부를 하지 않았다.


사실 여행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인데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예전처럼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는 큰 딸을 보러 가는 마음이 컸다. 사실 속으론 나이 탓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고 일어나서 큰아이는 원래 일정대로 일하러 갔고 나와 작은아이는 미리 충전해 둔 버스카드를 챙겨 로밍된 휴대폰에 의지해서 첫 번째 코스로 향한다.


우리의 첫 번째 캐나다 버스이용이라 바깥풍경에 빠져 촌티 팍팍 내며 좋아하고 있는데 개스타운으로 가는 길 다운타운 골목에서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진다.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던 터라 그런지 너무 끔찍했다. 약에 취한 사람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동작중인 모습이 그대로 멈춰진 채 마치 사진 속 장면인 듯 움직이지 않고 구부러진 모습.. 내 평생 처음 보는 모습이다. 좀비가 실존한다면 저런 모습일까 싶다.


버스 타고 가다 스치듯 맞닥뜨린 바깥모습이라 내가 본 게 환상은 아니었나 싶어 아이에게 확인해 보니 맞단다. 펜타닐에 중독되어 뇌에 산소공급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갑작스레 마주한 모습이라 충격적이긴 했지만 버스 안에서 지나치듯 본모습이라 다시 캐나다 구경 집중모드로 바로 복귀한다.


그 좀비모습과 흡사한 사람들이 있던 거리를 아주 조금 벗어나니 평화로운 관광지가 나온다.


첫 코스는 개스타운. 유명한 관광코스인지 관광객들이 많다. 내 눈엔 그냥 뭐... 수증기가 삑삑 소리 내면서 나오는 거 빼곤 특별한 건..


모두 기념사진을 찍느라 줄 서있는 모습이라 우리도 셀카 몇 장만 남기고 이동한다. 아이는 내 표정이 별로인 게 신경 쓰였는지 "밤에 보면 훨씬 이쁘대.." 한다.


조금 걸으니 스텐리 공원이 나온다. 역시 평화롭다. 바다 표면에 정박해 있는 헬기인지 경비행기인지 여러 대가 있고 제법 사람들이 이용하는지 뜨고 내리는 모습도 잇달아 보인다.


계속 해안산책로를 걷는다. 노인일자리 제공을 위함인지 안내하는 부스가 보였고 나이 지긋하신 두 분의 할머니가 위치설명과 가볼 만한 곳 그리고 걸리는 시간등 안내책자를 펼치시며 설명해 주신다. 아주 친절하게.


자전거를 빌려 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내가 자신 없어 걷기로 한다. 두 시간 훨씬 넘는 해안 산책코스는 그냥 조금 지루해서 공원 속 숲길로 가본다.


숲길을 들어서니 드디어 '여기가 캐나다 맞는구나'싶다. 너무 아름답고 여기저기 다람쥐들이 뛰어다닌다. 다람쥐들이 사방에 보이길래 나무 주변을 살펴보니 밤나무에서 떨어진 어린 밤송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다람쥐 나라라도 온 착각이 들 정도로 온통 부산한 다람쥐들로 가득이다. 얼마나 귀엽던지..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아이도 나도 마음은 이미 동심으로 돌아갔다.


중간중간 캐나다에 살던 원주민들을 상징하는 토템폴이 세워져 있다.


출출해질 때쯤 큰 아이에게서 연락이 온다. 초밥종류를 사 오겠다고 사진을 보내며 메뉴를 고르란다. 작은아이가 이것저것 고르고 둘이서 조율해서 정한다.


큰아이는 버스를 타고 초밥이랑 이것저것 사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온단다. 큰 아이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해안 산책로로 다시 서둘러 나간다. 해안길은 바람이 있어서 좀 춥다.


먹거리를 한 아름 안고 뛰어오는 큰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많이도 샀다. 가족이 뭔지 참..


우리는 근처 벤치에 앉아서 먹기로 한다. 근데 해안가라 그런지 춥다.. 그래도 큰 아이가 정성껏 준비해 온 음식들을 먹으니 그 마음이 고맙고 참 따뜻해서 좋다.


김밥도 있었는데 너무 크게 만들어서 어쩌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한입에 조심조심 쑤셔 넣다 마침내 다 들어갔을 때 지나가던 한 백인여자의 동그래진 눈과 딱 마주쳤다.


처음부터 나를 주시하고 있었는지 놀란 눈은 마치 "지금 내가 뭘 본거지?"다. 한국인이면 김밥을 쪼개먹을 순 없지 않은가.. 아무리 커도 한입에 넣는 건 국룰이지..


아이들과 마트도 들러서 블루베리랑 케이크 그리고 이것저것 먹거리도 산다. 캐나다 물가도 참 엄청났다. 계산할 때 보면 다시 세금이 붙어져서 더 올라있다.


다음 날은 고2 딸아이가 궁금해하는 대학탐방을 해보기로 한다. 토론토는 동쪽 끝이라 접고 밴쿠버에 위치한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UBC)을 가보기로 한다.


물론 학비가 너무 비싸서 장학금이 아니면 합격해도 보내기엔 역부족이지만 그냥 탐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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