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두렵다. 정확히는 월요일을 맞이하는 일요일 밤 시간이. 10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이 느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줄어들기는커녕 또렷하고 선명해진다. 생명이 다 하거나 직장생활이 끝나거나, 둘 중 하나가 이루어진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스트레스와 두려움의 증가는 정신적 짜증을 넘어 육체적 반응으로 이어진다. 눕기만 하면 잠드는 체질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일요일만 되면 불면증에 시달린다. 처리되지 않는 격무로 꿈에서도 폭언과 욕설에 허덕인다. 일상의 다른 소소한 즐거움도 분명히 있는데, '월요일과 출근'은 무저갱으로 나를 이끈다.
어제 딸아이가 뜬금없이 자기 방에서 자겠다는 선언을 했다. 본래는 큰 방에서 아내와 두 자녀가 함께 자고 내가 혼자 딸의 방에서 잤는데, 어제 처음으로 딸아이가 혼자 잤다. 아내, 둘째와 함께 잠을 잔 덕분일까.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6시에 떠지는 눈이 피곤하지 않았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느낌도 덜했다.
10개의 업무가 있으면 절반 이상은 해결이 안 되는 일이다. 마감기한은 정해져 있고 어떻게든 일은 처리되어야만 한다. 해결되지 않는 일들과 씨름하고 있을 때 그만큼의 일이 더 떨어진다. 그래서 퇴근하는 시점의 뇌는 언제나 '해야 하는 일 + 안 하면 욕먹는 일'로 가득하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결과와 현실에는 늘 차이가 존재한다. 그 갭을 메꾸는 게 내 JOB이다. 사비를 통해 메꾸든,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마무리 한다.
팀원들 모두 똑같은 상황이다. 다들 힘든데 저들의 얼굴을 보며 작은 위안을 삼는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현실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뭔가 든든한 느낌이다.
총알 같은 월요일이 지나간다. 한주 내내 비소식이 가득하다. 후덥지근한 장마철에 더 다운되지 않도록 마음을 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