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혼란 속에서 오늘도 '사는 이야기'를 쓰는 이유
지난 이틀간 3곳의 광역도시를 왕래했다. 업무차 들린 울산과 가족과 함께 다녀온 대구. 그리고 내가 사는 곳인 부산. 이곳들은 서로 인접해 있지만 전혀 다른 특색이 있다. 음식 맛이 다르고 사람 사는 풍경도 다르며 체감 온도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은 평소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관광객이 많은 부산도, 공업도시 울산도, 달구벌 대로가 드넓게 펼쳐진 대구도 별 차이가 없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마이크를 든 사람들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내 중심가에서는 수많은 인파와 경찰들이 뒤엉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처에 계엄령과 탄핵이라는 참담하고 침울한 기운이 나뒹굴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청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가 작금의 비통하고 개탄스러운 현실을 온몸으로 생생하게 느끼는 중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이 나올 것 같은, 그런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어디를 가도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개개인의 소중한 일상이 사라졌다는 게 아닐까.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아까운 주말이지만, 너도 나도 무거운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토요일인 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개최된 탄핵 찬성 집회 현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경찰 추산으로는 10만 명, 주최 측 추산으로는 무려 100만 명이 몰렸다고.
주말 한파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자신의 일상을 포기할 만큼 절박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모인 것이 아닐까.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라며>
이처럼 온 나라가 정치적인 이슈로 시끄럽다. 모든 언론사가 일제히 정치 기사들을 쏟아낸다. 보수와 진보, 매체의 성향을 막론하고 희대의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국가가 어수선하니 사람들이 느끼는 생각과 감정도 비슷한 것 같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편집기자님이 메시지를 남겼다. 계엄 선포 이후 야근이 많아지고 있고, 퇴근 이후 6시간도 안 되어 다시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지금 같은 분위기와 '사는 이야기' 같은 일상글이 설 자리가 적어진 것에 대해 여러 감정이 드는 것 같았다. 쓰는 기사 대부분이 사는 이야기인 나 또한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계엄령까지 떨어진 마당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있을까 싶다.
매체마다 가득한 정치 기사들을 보며 잠시 생각을 해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잘못된 것을 비판하며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타도 윤석열'이나 '탄핵'만 가득한 것이 사실 좀 많이 우울하다. 이런 주말을 보낸 뒤 전쟁터 같은 회사로 출근할 생각을 하면 더더욱.
나라가 어수선하고 위기감이 팽배해 있고 걱정도 되지만, 함께 집회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또한 어쩌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
비록 대한민국이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있지만, 지금껏 해온 것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잘 버티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가지 않을까라는 한 줌 희망을 가져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의 힘든 날들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딱딱하고 무거운 정치 이야기만 가득한 것이 아닌 다양한 내용의 글이 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개개인의 소소한 일상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담아 오늘도 '사는 이야기'를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