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사랑하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사랑을 하면 상대의 몸에, 내 몸에, 그 안에 나쁜 것을 들이지 않는다.
마약, 나쁜 사랑, 악한 인연, 중독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은 채 상대를 사랑하다가 많은 것을 잃었다.
나는 시간을 잃었다.
상대방에게 몰두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염려하고 챙기느라 나의 시간을 다 소진했다.
나는 돈을 잃었다.
상대의 필요를 채워주고 상대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확실히 주기 위해서 나의 돈을 아낌없이 썼다.
나는 마음을 잃었다.
그들에게 진심을 쏟고 쏟았는데 그들은 받기만 하고 주지 않아서 나의 마음은 점점 사라져갔다.
나는 나를 잃었다.
내가 부어준 사랑으로 상대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돌려받지 못한 사랑에 나는 희미해져
사라져갔다.
'사랑은 바라는게 아니잖아, 주는거잖아‘를 되뇌이며 나는 하염없이 수렁속으로 빠지고 있었다.
오랜 동안 나는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진심이 통하는 친구나 연인을 꿈꿔왔다.
나는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전부를 주면 상대도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주는- 그게 완성이고
그것이 공식처럼 맞는 것인 줄 알고 살았다.
내가 전부를 쏟아부어도, 모두 부어주느라 다 비워져버려도 상대가 나를 채우니까 그렇게 나는 존재하고 그것이 사랑의 공식이라고 믿었다.
나는 늘 원했다. 나를 결코 떠나지 않을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을.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나도 그래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기에.
상대의 필요를 채워주고 서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결핍을 채워주고 안아주며 위로하고
응원하고 버리지 않고 애써주는 그런 관계.
처음에는 그들도 나와 같이 사랑(?)을 부어주었다. 내가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나도 사랑을 주고 상대에게 보답하는 감정까지 더해져 더 더 채워주었다.
그런데 상대는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속이며 가면을 쓰고 다가와 나의 친절과 사랑, 물질, 관심, 애정만을
갈취해 갔다.
그들의 마음에 끊임없이 부었던 나의 가슴은 점점 비어져가고 있었다.
내가 사랑받는 순간이 상대의 욕구를 채워주는 나의 애씀의 댓가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날은 많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는 이유가 내가 그사람이 원하는 것을 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너무도 외로웠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건을 빼버린 자리엔 공허와 외로움만 남아 있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상태에서, 나의 사랑을 내가 느끼지 못할 때 다가오는
사랑의 진의를 알아챌 수 없다.
분간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어떨 때는 나의 감정을 투사해 상대방의 마음을 착각하게 만든다.
내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 상대도 그렇게, 내 속에 애정이 있을 때 비수를 품은
차가운 상대를 따뜻하게 포장해 내 안에 들이기도 한다.
그 비수가 나에게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낳는 것은 물론이다.
나를 사랑할 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내가 알고 확실히 느낄 때,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