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마음으로

1학년 담임을 결심하다.

by 낙훈

아내에 이어 나도 육아휴직을 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온전히 집에서 일대일로 보살피기로 했다. 어린이집에 간다면 분명 휴직 중인 내 삶의 질은 조금(?)은 올라갔겠지만 과감하게 포기했다. 집에서도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가 이렇게 힘든데 어린이집에서 세세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코로나 시기이기도 해서 여차저차 가정보육으로 육아휴직 기간을 온전하게 채우게 되었다.


교육경력 딱 10년 채우고 현장을 떠났다. 그저 하루하루 앞만 보고 지내다 보니 내가 10년 경력의 교사가 된 것도 인식하지 못했다. 휴직을 하고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니 어느새 이런 짬을 갖게 되었다. 막 발령 받아서는 교과를 가르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육이란 것을 제대로 모르고 교육이란 것을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지냈던 것 같다.(지금이라고 교육을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다.)


마침 좋은 기회였다. 물론 주목적은 육아였지만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아침에 아이가 아직 깨지 않았을 때, 낮잠 잘 때, 그리고 운이 좋아서 육퇴를 일찍 했을 때마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다. 계획은 거창했다. 독서가 핵심이었다. 한 달에 10권을 읽어서 1년에 120권 정도 읽고 점점 익숙해지면 1년에 300권, 즉 하루에 한 권 정도는 읽어서 책의 고수가 되려고 했다. 결과는 땡! 2021년 읽었던 책은 총 43권이다.(넷플릭스 결제로 영화를 책보다 더 많이 본 것 같기도 하다는 불편한 진실)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많이 읽긴 했지만 나의 목표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목표가 있었기에 이만큼이라도 도달했으니 변화의 첫 단추는 끼운 셈이다.


책의 주제는 변해갔다. ‘독서법’에서 ‘육아’ 더하기 ‘교육’으로 갔다가 ‘초등 독서교육’으로 점점 범위가 좁혀졌다. 그러다가 독서교육의 시작은 어릴 때부터 잘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등 교사로서 내가 독서교육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적용했을 때 어느 시기가 가장 효과적일까 고민한 결과 답은 1학년으로 나왔다. 아직 책을 멀리하기 전에 책과 가깝게 지내도록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아직 한 번도 현장에서 독서교육을 제대로, 지속적으로 해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 해보고 싶었다.


독서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육아가 한몫했다. 아내가 정성껏 선별한 책이 집에 가득했다. 아이에게 처음 책을 읽어주는데 나 스스로 너무 어색했다. 평소보다 높이 올라간 억양, 여러 사람 역할을 해야하는 부끄러움. 마치 성우가 된 것 마냥 해야하는데 익숙치가 않으니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목소리 크기도 들쭉 날쭉 나름 자신있게 읽어준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용기가 충만했다. 책육아가 아닌 책교육을 해봐야겠다는 작은 결심이 생겼다.


1학년 아이들에게 책으로 세상을 눈뜨게 하고 싶다. 공부라는 틀 속에서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공부를 하기보다는 즐겁게, 재미있게, 신나게 책을 읽으며 세상을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준비는 하나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만 벌려놓았다. 그런데 마음이 생겼을 때 행동이 뒤따라야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준비는 없고 우당탕탕 경험을 쌓아야 하는 거니까.


10년 동안 1학년을 맡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막 발령 받았을 때 한 학기 2학년을 맡아본 것이 전부다. 사실 그 이후로 저학년은 절대 가지 않아야겠다 다짐하고 3학년에서 6학년만 왔다갔다 했다. 앞으로 저학년은 갈 일이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육아를 하고난 뒤 바꼈다. 1학년 아이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휴직 전과는 조금 달라진 나를 느낄 수 있었다.(그렇다고 획기적으로 내가 아이들과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복직과 함께 무턱대고 1학년을 지원했다.


개학을 일주일 앞두고 현실 걱정이 쓰나미로 덥쳐온다. 지난 주에 학교에 가서 입학원서를 보며 반배정을 마쳤다. 오늘은 학생 이름과 학부모 휴대전화를 핸드폰에 저장했다. 이제 진짜로 곧 시작인 것이다. 3월 한 달은 학교 적응기로 국정교과서와 별개로 교육청에서 ‘신나는 학교 생활’이라는 책을 가지고 수업한다. 이 책을 활용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겠다. 책 읽는 선생님으로 아이들이 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책 목록과 책도 살펴봐야지. 개학을 앞두고 교육청에서 실시한 1학년 담임을 위한 연수가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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