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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Oct 30. 2022

4 지중해를 바라보며 영어를 읊조리다

몰타의 영어 수업


런던 일정을 대략 마치고 저녁 비행기로 몰타에 들어왔다. 몰타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학원에서 나온 픽업 차량을 타고 도심을 지나 영어 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리조트에 도착해 체크인을 했다.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은 시각이긴 해도 토요일 밤이었기 때문에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파티를 하고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들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다인승 승합차 안에서 보이는 몰타의 첫 인상은 어두컴컴한 밤이었기 때문에 그런지 다소 폐허스러운 느낌이었다. 많은 유럽의 도시들이 그렇듯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는데 밤이라 그렇게 보였는지 아니면 실제로 그랬는지 군데군데 부서진 것 같이 보였고 그 건물들 앞에 간간히 보이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는 젊은이들은 왠지 모르게 종말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사실 이런 다소 부정적인 감정은 긴 시간을 보내야 할 낯선 곳에 당도했을 때 흔히 느껴지는 불안감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것을 내 젊은 시절의 외국 체류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가급적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워낙 늦은 새벽이기도 해서 빨리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은 일요일이었기에 버스를 타고 나가 현지 교회를 찾아 갔고 교회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시안 마트에 내려 점심에 먹을 라면과 몇몇 식료품을 샀다. 리조트에 돌아와서 한국에서 사온 1인용 미니 밥솥에 밥을 짓고 라면도 끓여서 통조림 밑반찬과 오랫만에 밥을 먹었다. 그리고는 리조트 수영장으로 나가 수영도 하고 썬베드에 누워 책도 읽고 앞으로 이 곳에서 어떻게 지낼지 생각을 하면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내가 고른 방은 기본 2인실이지만 베드를 하나 추가해서 3인이 사용할 수 있었고 낮은 꽃나무가 심겨진 정원과 연결된 작은 테라스가 있었다. 또 의자와 작은 테이블이 있어서 식탁 및 책상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옷장과 화장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구비되어 있는 좁지 않은 방이었다. 다만 욕실에서 물을 사용하고 나면 물이 욕실 바닥으로 많이 튀어서 샤워를 하면서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다. 리조트이기 때문에 매일 하우스키핑에서 청소를 해주었고 설겆이도 해주었지만 나는 메이드에게 우리가 먹은 그릇 설겆이까지 하도록 하는게 미안해서 식사를 하자마자 그릇들을 얼른 씻어서 치워 두었다.


리조트와 학원이 어떤 계약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리조트 맨 아래층에는 우리가 참여할 영어 캠프의 강의실이 마련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이곳에서 영어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학원의 본원은 물론 시내에 있기 때문에 이곳의 공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셔틀을 타고 본원으로 가서 수업을 받기도 했다. 


강의실은 밖으로 몰타의 지중해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이런 풍광을 볼 때는 이곳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 창밖이 지중해 바다라는 것은 섬 사람들에게는 일상일지 모르겠지만 우리한테는 상상만으로도 참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이 곳에의 하루하루는 이렇게 그림같은 낭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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