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식 영어
몰타 영어 연수의 좋은 점은 패밀리 캠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이들만 영어 연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도 아이들이 영어 수업을 하거나 액티비티를 하는 동안 영어 수업을 들을 수가 있다. 물론 수강료는 별도이지만. 나는 간단한 레벨 테스트를 받고 중급반에 배정이 되었는데 그곳에도 역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성인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20대였고 소수 30 언저리의 수강생도 이었지만 40 중반인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 프랑스, 스위스, 독인, 체코, 조지아 등 동, 서 유럽에서 온 학생들이 대다수였지만 일본인이나 한국인도 소수 있었고 심지어 캐나다인도 있었다. 캐나다인이 왜 여기에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는 좀 길기 때문에 아마 나중에 별도의 이야깃거리로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반 담당 선생님은 나이가 많은 몰티즈였다. 몰티즈는 견종이 아닌가? 물론 우리 영어 실력이 아무리 허접한들 개한테 영어를 배울리는 없다. 몰티즈는 몰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몰타가 고향인 견종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몰티즈 영어 선생님은 60이 훨씬 넘은 할아버지 선생님이셨는데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고 영국에서도 살다가 나이가 들어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하셨다고는 하나 내 비루한 영어 실력으로 듣기에도 딱히 미국식 영어 발음은 아닌 듯했다. 왜냐하면 내가 뉴욕에 여행을 갔을 때 그들이 하던 영어보다 이 몰타 할아버지 선생님의 영어가 훨씬 알아듣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경험한 영어의 차이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자. 개인적으로 영어 의사소통이 가장 원활했던 나라는 의외로 미국이었다. 이게 왜 의외냐 하면 나의 예상으로는 미국인들은 영어가 모국 어니까 지나치게 유창하고 빠른 영어를 구사하는 통에 한국인이 알아듣기가 힘들 것이라고 나름대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럽이나 동남아 등지의 사람들은 아무래도 기본 어휘로 천천히 영어를 말하니까 알아듣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못 했다. 문제는 발음이었다.
처음 뉴욕에 갔을 때 뉴요커들이 하는 영어가 생각보다 너무 잘 들려서 내 영어 실력이 갑자기 늘었나 싶었는데 역시 이유는 발음이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배우고 접하는 영여는 대부분 미국식 영어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미국식 영어 발음이 가장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또 내가 말하는 영어도 그 발음의 영향을 받았으니 그들이 알아듣기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했을 것이다. 뉴요커들은 내가 하는 영어도 척척 알아들어주었으니까.
그렇다면 호주는 어떨까? 뉴욕에 다녀오고 몇 년 후 시드니에 간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많이 힘들지 않았으니 호주의 네이티브 스피커와도 원활할 것으로 생각하고 첫날 호텔에 도착했는데 여기서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몇 년 사이에 내 영어 실력이 퇴보한 건 아닐 텐데 이상하게 몇 번이나 재차 말해 줄 것을 의미하는 "쏘리?"를 반복했다. 호텔 룸을 예약하면서 체류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1박을 추가했는데 기존 숙박을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려니 가격에 변동이 생긴 탓에 기존의 예약은 유지한 채 한 단계 저렴한 카테고리의 룸으로 1박을 추가했다. 이런 경우 호텔 측에서는 룸을 바꾸면 본인들도 룸 메이킹을 다시 해야 하니 보통은 원래 묵던 방에 계속 묵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 많은 프런트 직원이라 해도 예약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잠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당연히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보니 몇 차례의 상호 소통이 필요했는데 이 과정에서 호주식 영어 발음이 미국 영어처럼 귀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사용하는 어휘라든가 또는 언어 습관에 의한 장애도 분명 있었을 것이지만 가장 주된 요인은 발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몰타의 영어는 뉴욕이 영어보다는 내게 조금 더 버거웠고 미국식 영어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몰타에 들어오기 전에 런던을 며칠 경유했는데 아마 몰타가 영국령이었던 역사 때문에 영국식 영어와 보다 유사성이 있어서 그럴 수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