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과의 작별 후

by 노크

이사를 하고, 익숙한 것들과 작별했다.

11년을 살았던 도시, 그 골목, 그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의 나의 삶.

모든 것이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오며,

생각보다 많은 감정들이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았다.

아쉬움과 미련, 그리고 아주 오래된 그리움의 흔적들까지.

지금 나는 낯선 동네에서 다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편의점 위치도, 산책로의 냄새도, 이웃의 얼굴도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상추 모종을 심듯이 이곳에 나의 삶을 천천히 심어가고 있다.

‘뿌리 내린다’는 건 단순히 오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나를 열고 마음을 담는 일이라는 걸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아직은 어색한 집, 조금 낯선 공기.

그러나 하루하루 살아내며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자전거 타며 스치는 이들에게

마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나는 이 곳에서 나만의 계절을 만들고 있다.

정년 퇴직 후의 계절은 어디쯤일까?

꼭 가을이나 겨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육십에 새로 시작하는 나의 청춘은

봄날일 수도 있고,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충실한 여름의 한 낮일 수도 있다.

그 계절이 나의 계절이 되도록 만드는 힘은

다름 아닌 내게 있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피어나는 삶.

〚부르신 그곳에서〛

나는 다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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