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비싼것을 한번에 지르지는 않는다.
염색을 하러 가기전
마지막 재직 학교에 들러
간단한 실험 물품 빌린것을 반납하고
늘상 그 자리에 묵묵히 있는 나무들에게 안녕을 고한다.
아직 남아있는 소국 몇 송이도
따지않고 매달려 있는 감도(까치밥이라기는 양이 너무 많다.)
겨울 눈이 올라온 목련도 안스럽기 짝이 없다.
내가 있었더라면 매일 눈 맞추고 사랑을 보내줬으련만.
염색과 커트를 하고
멋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맛집이라 추천받은 보쌈집에 갔으나
앞에 대기가 7팀이 있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서 포기한다.
지하철역 주변을 돌다가 가성비높은 회전초밥집에서 이것저것을 골라먹고는 친구와 칼같이 반반씩 나눠낸다.
작년 기억을 되살려 엉덩이 가리는 패딩을 사볼까했는데 마땅한 것이 없고
대신 양치컵과 집에서 먹을 음료수 잔을 스텐소재로 남편과 내것을 각각 하나씩 산다.
식기와 그릇을 공유하는 시대는 갔다.
철저히 분리하는 시스템을 지향하나
남편이 헷갈릴 때가 종종 있으니
아예 보관 장소를 분리하는 꼼수를 발휘하려 한다.
그리고 조리 도구 넣어둘 통도 하나사고
이사 대비 소소한 물건 구입을 오늘부로 마무리한다.
아침에 나무도마, 뒤집개, 식기통, 후라이팬을 버렸다.
나머지 최소한의 식기와 그릇은 사용하다가
수요일 저녁에 몽땅 버릴 예정이다.
헤어숍 메이트인 친구와는 내년 1월을 기약한다.
내년 4월부터 3개월간 남편과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에 나서는 친구가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제주 해안도로 산책이라도 남편과 도모할까 생각하다가 급히 생각을 멈춘다.
겨울이고 제주 바닷 바람은 매우 춥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 일이다.
이렇게 소소하고 가벼운 쇼핑이나 하면서
잠시 잠깐의 만족감과 행복에 젖어 사는게 낫다.
절대 비싼 것을 한번에 지르지는 않는다.
내 생에 명품은 앞으로도 기대하지도 않고
희망하거나 부러워하지도 않을 예정이다.
지하철 러버답게 지하철로 귀가중인데
나같은 지하철 러버가 많다.
승객으로 가득찬 토요일 오후 2호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