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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지존 고수의 향기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조치원으로 내려오면서 처음으로

코레일과 SRT 회원 가입을 하고

화요일 서울 회의다녀올 것과

주말 남편 항암차 올라갈 티켓 예매에 성공하고는

무슨 유명 연예인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티켓을 예약한 거 마냥 뿌듯했었다.

그런데 어제 온라인 회의 이후 변수가 발생했다.


탄소중립 실천 매뉴얼은 얼추 정리가 돼서

마지막 손을 보고 검토 등을 진행하며 되는데

그 매뉴얼을 바탕으로 하는 자가진단도구 부분을 결정하는데는

온라인회의가 한번은 더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벌써 12월 2주차인데

연구 시간은 너무 없고

기대치는 높고

나가야할 진도는 많은 것이다.

이럴때는 모여서 으쌰으쌰 한번에 일을 처리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인데

다른 사람은 괜찮지만 내가 서울에 가야하니 그것이 문제이다.

연구팀원들은 내가 조치원으로 이사내려온 사실을 알지 못한다.

토요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서 작업을 하기로 약속하고 온라인 회의를 마쳤다.

회의 후 재빨리 서울역에 있는 회의실 예약에 성공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재빨리 코레일앱에 들어가본다.

아니나 다를까 토요일 상행선과 하행선이

모두 매진이다.

내 능력으로는 티켓팅이 불가능함을 즉각 인지하고

이런 티켓팅을 20여년 해왔던 막내동생 부부의 힘을 빌린다.

그들은 재빨리 이곳 저곳을 체계적으로 찾아보더니

놀랍게도 이번 주 토요일 서울역 인근 회의 참석하고 내려오는 일에 아무런 지장이 없게 표를 구해주었다.

절대 지존 고수의 향기가 절로 난다.

한편으로는 이 쉽지 않은 일을 얼마나 많이 했으면 저렇게 착착 잘할까 싶은 생각에 안스러움도 있다.

그간 동생 부부의 결코 쉽지 않은 일상이 그려지면서 말이다.

이제 나의 일상이 되어야 할 기차표 티켓팅.

어느 분야이건 고수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 일을 해결하고 났더니

항암 일정을 위해 남편과 나의 일요일 기차표

티켓팅한 것을 변경해야하는 일이 남았다.

원래는 항암하는 동안 막내동생집에서 신세를 질까했는데

미국 조카도 귀국하는 시점에 불편을 끼치기 싫다는 남편의 의사가 강했고

근처 친구의 비어있는 오피스텔에 있겠다하고

내가 그 주일에 월~금까지 보강과 시험과 회의까지 쭈욱 있고

동생네는 한 주일 먼저 종강이라

고양이 설이를 혼자 아직은 낯설기만 한 이 집에

그냥 두기는 마음에 걸려서

이번 항암은 남편 혼자 출동해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따라서 사두었던 기차표를 하나는 반환하고

남편이 사용할 것은 남편에게 선물하기 기능을 써야한다.


어렵지 않게 남편에게 티켓 선물하기에 성공했나 싶었는데 살펴보니 내일 날자 것을 선물했다.

아이고야. 갑자기 머리에 구름이 가득 생긴다.

다시 반환을 받고 또 무언가를 잘못눌렀나보다.

내일 집으로 내려오는 표가 사라졌고.(다행히 표가 있었다. 다시 구매 성공)

그 와중에 남편은 자기 코레일 회원번호가 있다고 나중에야 이야기하고.

우왕좌왕 헐레벌떡의 향연이다.

역시 하수에서 고수가 되는 길은 멀고 험하다.

지하철 타는 것보다 백배는 더 어려운

주말 기차 타기이다.

조치원역까지의 오가는 경로를 알아두면 뭐하냐.

티켓을 사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걸,

절대 지존 고수까지는 아니어도

바쁜 막내동생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나혼자 해결하는 정도까지는 역량을 높여야겠다.

뭐. 여러번 하면 될 것이다.

운전 역량도 티켓팅 역량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련다.

(그나저나 고양이 설이가 오늘은 글쓰는 내 옆에 없다. 이제 찾아나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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