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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30

난이도 최강의 수업

by 태생적 오지라퍼

1주일에 한번 화요일만 1시간씩 3학년 아이들을 만난다.

오늘은 난이도 최상의 구름발생과 강수원리의 이론을 배우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수업 내용으로 다음 시간에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하기 수행평가를 보게 된다.

구름 발생 원리에 대해서는 28편에 소개하였으니 오늘은 강수 이론에 대한 설명을 해보려고 한다.

비가 내리게 되는 과정에 대해 가장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두가지의 설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와 고위도 지역에서는 빙정설이, 저위도 지역에서는 병합설이다.

빙정설은 구름 안에 물방울과 얼음알갱이(빙정)이 함께 있다가 중력의 영향으로 무거운 빙정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구름 밖으로 빠져나왔다가 주변의 기온에 따라 눈이나 비가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병합설은 물방울로만 이루어진 구름인데 큰 사이즈의 물방울이 상대적으로 무거워서 아래로 내려오게 되고 여기에 작은 물방울들이 달라붙어서 점점 더 커지고 마침내 구름 밖으로 나오면서 비가 된다는 이론이다.

야구부 아그들에게는 사이즈가 큰 야구선수옆에 작은 야구선수가 같이 다니면서 점점 무거워져서 내려오게 된다고 이야기하면 좋아라한다.

사이즈가 큰 야구선수와 그 옆의 작은 야구선수가 누군지를 모두 아는 듯 하다.

그러나 사실 아직 강수 과정에 대한 명확하게 합의된 이론은 없다고 보는게 맞다.

많이 발전한 과학에도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아직은 더 많을 수도 있다.


구름 발생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아이들은 모두 머리를 쥐어뜯었다.

공기 덩어리의 상승, 단열 팽창, 온도 하강, 이슬점 도달, 과포화상태, 응결 발생 이런 과정과 용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쉽지않다.

아마도 3학년 지구과학 영역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일게다.

구름이 이렇게 여러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고, 그 구름들이 또 많이 모여야만 비나 눈이 만들어지는 것이니

구름발생과 비가 오는 것은 아마도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어려운 내용이 나오니 친구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음 시간의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하기 수행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나온다.

나는 그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1:1 질문을 받아주었다.

친구들과 서로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알려주고 선생님에게 질문하고

이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수업 활동 아닐까?

역시 난이도가 있는 내용을 배우니 아름다운 그림이 나온다.

그래도 어렵기는 어렵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다음 주 화요일은 진로체험의 날이라 3학년 수업이 없다.

2주간의 시간이 있으면 이해를 더 잘할 수 있으려나 아니면 다 잊어버리고 오려나 그것이 궁금하다.

부디 전자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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