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뒹굴면 더 심하게 다친다.
집을 정리하고 양로원으로 시어머님께서 들어가신지 한달이 채 되지않았는데
아들 녀석과 함께 양로원으로 찾아뵌것이 열흘 남짓인데
병원에 입원해계신다.
그것도 일요일부터라는데 남편은 어제서야 알려주었다.
금방 퇴원하실거라 싶어서 였다는데
어머님 연세가 94세이다.
쉽게 회복되실 나이가 아니다.
오늘 면회시간에 가서 뵈니
그래도 생각보다는 얼굴이나 표정이 괜찮으시다.
신장 기능이 잘 안되서 엄청 부었다가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오신듯 하다.
집도 기타 문서나 예금도 다 정리했다고 생각하시니
기운도 빠지고 긴장이 풀려서 그러셨을수 있겠다 싶은데
큰 아들 몸이 안좋다고 더 걱정이시다.
아프지않고 죽고싶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시는데
뭐라 해드릴 말이 없다.
우울한 마음을 눈치챘는지 근처 사는 후배 지인이
밥도 사주고 마침 열리는 정동 야행 행사길을 함께 걸어주었다.
정동 소재 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그 때도
이렇게 정동 야행을 즐겼던 적이 있었다.
부스도 보고 파이프오르간 연주도 듣고
덕수궁에서 하는 개회식의 국악 공연도 봤더랬다.
오늘은 마침 공식행사를 앞둔 이화여고 국악밴드도 봤고(지도교사가 지인이다.우연히 만난거다.)
세실극장 옆 분위기 좋은 전망대도 올라갔고
불빛과 신나는 사람들이 뿜는 좋은 기운도 받았으니
오랫만에 멋진 야간 산책이었다.
정동은 그렇게 나에게는 고향 비슷한 공간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광화문 초입 8차선 대로 횡단보도에서
(바로 저 유명한 조각품 앞에서이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뛰던 엄마가 횡단보도 중간쯤에서 앞으로 고꾸라진다.
다행이 어린 딸은 넘어지지않았다만
엄마는 짐도 놓치고 구두도 벗겨질 정도로
폭싹 넘어졌고 그 순간 신호가 바뀌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쳐다보니
그래도 지나가던 분들이 재빨리 짐도 어린딸도 챙기고
넘어진 엄마도 부축해서 일으켜준다.
금방 일어나지도 못했다.
나는 반대편 인도에 있었고
신호가 바뀌기전에 달려서 건너볼까 했었던터라
남의 일 같지않았다.
내가 저렇게 넘어졌을지도 모른다.
그 사이 어떤 자동차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고
위험한 출발을 하지도 않았다.
다행이다. 그리고 멋지다. 시민 의식 만세이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천만 다행이다.
119에 신고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 장면을 보고 손을 잡고 뛰는 것은 위험하겠다는 사실이 각인된다.
영화에서 주인공 커플이 손잡고 뜀박질할때는 멋있었다만.
인생 각자도생인가보다.
그래도 누군가 손 내밀어준다면 덜 힘든것도 분명 있을텐데 말이다.
넘어지더라도 함께 툭툭 털고 일어날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 명이라도 안다치는게 더 나을수도 있다.
다행히 오늘 어린 딸은 안다쳤고
엄마는 팔꿈치와 무릎팍 옴팡 까지고
온몸이 일주일은 쑤시고 아플게 틀림없다.
난 아까 골반뼈 부러진줄 알았다.
그 정도로 대차게 넘어졌다.
그래도 어린 딸을 구했으니 되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