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공원은 왜 공사를 한다는 것일까?
신용산역 살때 나의 스트레스를 달래주던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코 노들섬공원이다.
당시 친정부모님의 깊은 병환과 코로나19상황으로 마음이 힘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한강대교를 건너 노들섬공원을 한바퀴 돌고오면
적당히 힘이 들고 적당히 마음도 풀리곤 했었다.
그때 막 만들어졌으니 채 10년이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 11월부터 공사라는 안내를 보고서는 마음이 급해졌다.
저기를 한번 다녀와야는데.
문닫기전 내가 서울을 뜨기전 한번 가봐야는데.
마침 오늘 목동에서의 특강이 용산으로 장소가 변경되었다.
마치 내 맘을 알고있다는듯이.
오전에 옛 학교에 아들 녀석이 하사한 잡다한 물건들을 가져다주고(플리마켓인 셈이다.)
용산으로 가서 일단 준비물 가방을 내려놓고는
익숙한 노들섬공원에 들어선다.
아마도 주말에 무슨 공연이 있는지 무대를 만들고 있고
주변은 고요하기만 하다.
노래를 부르는 팀과
비눗방울 불기를 하는 어린이와
유모차를 미는 젊은 엄마들만 보이고
여전히 철교위로는 지하철이 지나가고
그 너머로는 여의도의 랜드마크 빌딩들이 보인다.
여기서 여의도공원까지 걸어간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꿈만 같다.
무릎 이슈도 있고
오랫만의 햇빛을 오래 받고 싶기도 해서
천천이 아주 천천이 노들섬공원의 구석구석을 눈에 담았고
그곳에서 먹었던 묵은지김밥을 하나 사가지고
오늘의 특강장소로 돌아왔다.
도대체 쓸만하고 식물들도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이곳을 왜 뜯어고치려는거냐?
만드는데도 돈이 엄청 유지하는데도 엄청
또 다 고치는데도 엄청 들것이 분명하고
이것이 도시 재생 입장에서나
지속가능발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수도 이해할수도 없다.
지금의 노들섬도 충분하다.
일몰 스팟으로도 동네방네 소문났는데 말이다.
적극적인 호응끝에 특강을 마치고
(감사할 따름이다. 무언가 도움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돌아오는 지하철 동작역에서는 멋진 한강 주변 뷰들을 또 눈에 담는다.
이건 보너스다.
보너스 같은 날씨와
보너스가 틀림없는 한강뷰와
그럭저럭 아프지않은 내 무릎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당분간은 못볼 노들섬공원에서의 많은 기억이
아스라히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도저히 기약할수는 없다.
(이 글을 쓰는 지하철에서 엄청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여사님이 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너무 시끄럽다했다만 볼륨을 약간 줄일뿐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분명 알겠다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