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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고양이 May 22. 2023

너는 나의 별

11. 사랑 그리고 이별 

체육시간에 민성이는 늘 빛이 났다. 

달리기, 매달리기, 공던지기 등 모든 운동을 잘했다. 

운동에는 소질이 없었던 나이기에 더욱 그 아이를 동경의 눈으로 바라봤다.

운동회 때도 단연 스타는 민성이였다. 


운동회에서 6학년 언니들의 부채춤 추던 모습도 눈을 뗄 수 없었지만 

단연 하이라이트인 계주는 민성이를 따라 올 사람이 없었다. 

역시 마지막으로 뛸 민성은 두번째로 바통을 받았지만 멋지게 1등으로 역전해 들어왔다.

그것도 2등을 한참 따돌린 뒤 잠시 기다려주는 게 아닌가.



 

오늘도 체육시간이 되어 몸풀기 운동으로 운동장을 뛰는데 민성이가 왠일로 뒤쳐져 오고 있었다. 

한 바퀴만 겨우 뛰었는데 민성이는 선생님께 뭐라고 말하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나는 체육시간 내내 걱정되어 집중이 안 되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선생님 질문 있는데요? 민성이는 어디 갔어요?”

“어지럽다기에 양호실에 가라고 했다.”


나는 교실에 들어서자 마자 민성이부터 찾았다. 

민성이 책가방은 없었다. 

조퇴를 한 모양이다. 

걱정이 되었지만 내일 물어봐야겠다 생각하고 빈 자리만 쳐다 봤다. 

하지만 다음날 민성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담임선생님은 아침 조회시간에 단상 앞에 섰다. 

반장은 일어나서

“전체 차렷! 경례.”

우리는 일제히 “안녕하세요.” 해맑게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시끌벌적했던 우리는 일제히 조용히 선생님을 쳐다봤다. 

선생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러더니 어렵게 입을 떼셨다. 

“안 좋은 소식이 있다. 음. 민성이가 많이 아프다. 아파서 그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는데, 

음. 민성이가 백혈병에 걸렸단다.” 


나는 그 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지만 내가 아는 그런 병들이 아닌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 

선생님은 목소리에 힘을 주시며 

“민성이가 병원에서 치료를 오래 받아야 하는데, 집이 조금 어려워 병원비가 부족한 것 같아. 

우리 반에서 성금을 좀 걷으면 좋겠는데.” 하며 말을 흐리셨다. 

누군가가 “백혈병이 뭐예요?”

선생님은 설명해 주셨지만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병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고 알게 되었다. 


민성이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나는 나쁜 소식이 들릴 거라는 걸 걸 예감했는지 내 몸은 떨리고 있었다. 

누가 가슴을 세게 때린 듯 얼얼했다. 

마음이 무너졌다. 

별에 별 생각이 다 들고 무서웠고 또 나 자신에 화가 났다. 

그동안 못 해준 것만 떠올랐다. 

나는 병원이 어디인지 선생님께 물었고 다행인지 아직 집에 있다고 하셨다. 

그날 가능한 인원을 모아 문병을 가기로 했다. 

수업 중간중간 교실 뒷 편 있는 시계에 눈이 자꾸 간다. 

수업이 빨리 끝나기만 기다렸다. 


아프다면 누워있을 텐데 나는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머릿속은 복잡했다. 

쉬는 시간이 되니 다른 아이들은 떠들고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다. 

그날따라 더 시끄럽고 거슬린다. 

나는 분필을 꽉 쥐고 한마디만 해도 다 적을 거야. 큰소리를 쳤다. 

그러고는 칠판에 이름들을 마구 적어 내려갔다. 

한쪽 귀퉁이가 넘쳐 두 줄이 되었다. 

울음을 간신히 참고 있던 나는 분필을 집어 던지고 수돗가로 나갔다.  

티셔츠 앞이 다 젖는 줄도 모르고 세수를 했다. 

눈물과 수돗물이 섞였고 어깨가 심하게 들썩였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힐끗 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눈물은 멈추질 않았고 이내 엉엉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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