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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애틀타쟌 Nov 18. 2024

시애틀 타잔의 이민 이야기 36

신의 한 수를 가르치는 학교


허벅지 같은 삼십 대 

두려울 것도 거칠 것도 멈칫할 겨를도 없고  힘이 남아돌 나이인데

난 고꾸라지고 자빠지고 기진맥진에 타박상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시간이었다.

노조 한다고 깝죽대던 시간들 자의 반 타의 반 직장을 그만두고 피폐한 모습으로 지내던 나날이었다.

 

눈이 펄펄 뛰듯이 내리던 한얼산 기도원.

시퍼런 모습으로 짱짱하게 서있는 소나무에 이빨처럼 박힌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던 날이었다.

막내 여동생의 손에 이끌려 갔던 그곳에서 난 고개가 꺾기고 허리가 무너졌다.

산골짝이라 담배 살 곳이 없을 거란 생각에 주머니에  네 갑 그리고 피우던 담배를 푸세식 화장실에 꺾어서 버린 그날.   양 떼를 인도하는 목자가

되겠노라 항복문서에 도장을 찍었더랬다.

 그 사명을 가지고 미국이란 델 왔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마음은 조급증으로 들불처럼 타들어갔다.

미국이란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리라 하고 들어왔었다.


올림픽과 베렌도에 있는 엘에이 한인 침례교회 건너편 작은 건물 두 채가 있었다. 

이름하야 신의 한 수를 가르치는 학교였다.

한국에서 교감선생님으로 계시다 퇴임하고 도미하여 학장을 맡고 계셨던 

이ㅇ택 목사님


 "소명만 있으면 되지 뭐가 더 필요혀?  

영주권도 없는 불법체류자인 나를 학장님은 

하나님이 부른 소명이란 화제로 지은 첩약 한재를 지어주었다.

거기에 더해 치료의 광선을 뽑아 나의 온몸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두툼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쓰신 더없이 인자하셨던 분

대화하면서 연신 안경을 들어 올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명하다.

샌프란시스코에 본교가 있는 골든게이트 침례신학대학 

소수민족 양육 지도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역 침례교회 연합회에서 뜻을 모아 세운 학교

주경야독으로 특화되어 참으로 열심들이 똘똘 뭉쳐있었다. 

지금도 현역에서 목회를 하거나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머리칼이 하얘져서 강대상을 내려왔다.

 

그동안 안 쓰고 안 입고 모은 돈으로 겨우겨우 등록금을 치르고

내려오던 날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터질 것만 같았다.

밀린 방학숙제를 마친 것 같은 후련함에 나도 모르게 휘파람도 불고 있더라.

그날따라 나의 애마 쉐비 싸이테션도 신이 났는지

 

펄쩍펄쩍 뛰어 무거운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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