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utumn Aug 23. 2022

요렇게 자는 강아지가 또 어디 있을까요?

가을이의 신기한 잠자는 자세


요즘 자고 일어나면 내가 덮고 있던 이불과 베고 있던 베개가 모두 온데간데 없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사실 요즘이 아니라 추운 겨울부터 계속된 실로 이상하고도 신비한 경험이다. 원래 자면서 몸부림이 심한 편이기 하지만 내 이불까지 뻥뻥 차거나 베개까지 멀리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의 발단은 가을이가 우리의 가족이 되면서부터 시작했다.


우리 가을양을 말할 거 같으면, 본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사실이 아니다) 개인 침대에서 고오급 베개와 이불만을 사용하시며(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똑바로 누워서 잠을 청하는(이건 일부 사실이다) 아리따운 강아지시다.


장난은 이쯤으로 하고. 사실만을 말하자면 가을이는 어렸을 때부터 잠버릇이 특이한 강아지라고 한다.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이불이나 수건을 좋아하고 그 위에서 다리를 쭉 핀 채 잠을 자는 게 가을이의 특기! 특히 배를 드러내면서 손을 공손히 내려주는 게 포인트다.


그런데 이 귀족 아가씨가 내 집에 와서 제일 먼저 차지한 게 내 침대였다는 게 문제다. 매번 잠잘 시간이 되면 침대로 찾아와 내 품에 안겨서 잠을 청하는 '척' 하더니 주인이 잠든 기색이 보이면 부리나케 베개를 차지하거나 이불을 파고드는 게 아니겠는가.


질 좋은 수면을 취하신 가을님께선 아침에 눈을 뜬 주인에게 입을 쩍 벌리며 "이제 일어났냐, 인간?"이라는 느낌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 뒤 주섬주섬 거실로 나간다.


자고 일어나서 온몸이 뻐근할 땐 몇 번 분노의 눈빛을 보내지만... 어쩌겠는가 이 귀여운 생명체가 내 베개에 주무시겠다는데. 결국 난 베개와 이불이 없는 매일 아침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

가을이와 함께 잘 때마다 밤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딸꾹질하듯이 낑낑대며 잠을 자면서 잠꼬대를 하기 때문이다. 무슨 꿈을 그렇게나 꾸는지 어쩔 때는 앞다리를 휘저으면서 무언갈 잡으려 하는 포즈를 취할 때도 있다.


가을이의 꿈속에 들어가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을까? 점심에 맛있는 걸 먹고도 자신에게 나눠주지 않는 뻔뻔한 주인을 제압하고 맛난 빵을 잔뜩 먹는 꾸고 있을지, 사고 쳐서 혼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가끔 가을이가 단잠에 빠질 때마다 궁금해지곤 한다.


이렇게 함께 잠을 자고 꿈을 꾸고 서로의 시간을 공유해보면서 우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친밀감을 서로에게 느끼는 중이다.


아마 오늘 밤도 난 가을이의 온기와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겠지. 이불과 베개가 뺏겨도 괜찮다. 가을이가 내 곁에서 함께 잠을 잘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큰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