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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Aug 03. 2022

너의 말을 이해해 보고 싶어

강아지의 말을 듣고 싶은 초보 견주


무수히 많은 생명이 사는 이 지구에서 고유의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생명체는 오로지 인간뿐이다.

인간은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한다. 하지만 언어가 통해도 말의 의미가 통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말이 통한다면 이 지구는 지금쯤 평화로워지지 않았을까? TV를 틀면 보이는 일상적인 말다툼, 길거리를 지나가며 들리는 말싸움 소리들은 '소통'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금 증명해준다.


그럼 언어도, 말도 안 통하는 강아지와는 의사소통이 가능하긴 한 걸까? 가을이를 처음 데리고 와서 화장실을 소개하고, 이 집이 가을이의 새 보금자리란 걸 알려줄 때도 이 아이가 과연 내 말을 이해는 하는지 긴가민가했다. 대답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불가능한 일인걸 알기에 그저 묵묵히 가을이의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하니 강아지의 행동 분석이라는 주제로 여러 동영상과 글이 주루룩 올라와 있었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면 사람을 반기는 뜻이다, 꼬리를 세우면 경계하는 뜻이다 등등 여러 분석들이 존재했지만, 그것들을 보면서 가을이의 행동에 일일이 대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초보 견주에게 강아지의 행동은 어렵고 신비로운 미지의 영역이었다. 강아지가 재채기라도 하면 큰일이 아닌가 싶어 '강아지 재채기'만 온종일 찾은 적도 있다. 강아지는 우리에게 말로 표현을 못하기에 더더욱 그 행동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멍한 가을이

가을이를 데려오고 3개월 후인 평화로운 주말 오후, 가을이와 나 둘만이 도란도란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둘 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배를 보이며 누워 있는데 갑자기 가을이가 바들바들 떨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한 채 거실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목에 뭔가가 걸린 것처럼 켁켁 소리를 내더니 노란색 구토를 두어 번 하고 갑자기 전혀 하지 않는 소변 실수까지 하고 말았다. 그러다 가을이는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내 품에 안겨 바들바들 떨었었다.


가을이를 진정시키고자 "괜찮아" "목에 뭔가 걸렸으면 토해도 돼" "더 아픈 곳은 없어?" 등등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을 걸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켁켁 소리 하나였다. 이러다 가을이가 죽는 게 아닐까 싶어 목놓아 울기 직전까지 갔던 그때, 가을이가 먹은 간식이 입 밖으로 나왔다.


간식이 나오자 가을이는 진정이 됐는지 색색 진정된 호흡을 보이며 급속도록 안정을 취하기 시작했다. 가을이가 살 수 있음을 직감한 그 순간부터 가을이를 붙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강아지와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건 강아지가 어디가, 얼마나, 어쩌다 아픈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다행히 가을이는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똑같은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을이가 그때의 일로 심리적인 문제가 생겼지는 여전히 풀 수 없는 문제다.


***

가을이와 말이 통한다면 하고픈 말이 너무나 많다. 아픈 곳부터 시작해 먹는 거, 자는 거, 하루 일과, 지금 기분 등등 며칠을 붙잡고 수다를 떨어도 소재가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가을이와 말이 통한다면 제일 먼저와 제일 마지막에 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항상 난 너를 사랑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것임을 그 아이에게 말로써 꼭 표현해주고 싶다.


강아지의 말을 이해하고 소통한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더욱 친밀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가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바라보며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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