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준비하면서
우리 부부가 강남을 가지 않은 이유가 있다.
주말에 빌딩숲에서 뭐 하지???
라는 질문에 이거다! 싶은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세권 아파트를 살면서
주말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는
굉장히 중요했고 궁금했다.
처음에는 집 앞이 역이니까
어디든 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대화를 나누곤 했지만
살아보니 그게 그게 아니었다.
이유는 마음에 있었는데
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평일에 계속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니
주말에도 지하철을 타러 가면
어쩐지 출근하는 기분이 들어
도무지 흥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이사 오기 전에 우리 부부가
눈여겨봤던 주말 나들이 장소가 있었다.
용마산과 중랑천이었다.
중랑천은 동대문구, 중랑구, 광진구까지
이어져 있다.
산책로도 폭신하고 중간중간
쉼터와 정자나무도 많다.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 있고
뛰는 사람들을 위한 4차선 트랙도 있다.
조경에 신경을 많이 쓴 구간을 지나면
자연농원 놀러 온 기분도 든다.
때마침 지난 주말은
무려 장미 축제였다.
세상에나 네상에나!
꽃향이 엄청나네
아내는 코가 주먹만큼 커지면서
행복해했다.
어린아이 얼굴만 한 장미꽃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장미가 꽃이 아니라 과일 같았다.
색도 참 다채로워서
자연에 이런 색들이 다 있구나
싶었다.
하얀색과 분홍색과 주황색이
그라데이션 들어가 있는 장미꽃은
보기만 해도 눈이 커졌고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장미꽃길을 걸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오고 가며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평화가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천천히 걷는 노부부,
혼자 헤드폰 끼고 걷는 학생,
데이트하는 연인,
강얼쥐와 산책 나온 아저씨,
모두들 얼굴에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그렇게 오고 가며 스치는
사람들의 좋은 기운들이
나에게 묻어나는 마음이 들었다.
그 경험이 실로 즐겁고
따뜻하고 편안했다.
집에서 중랑천까지는
걸어서 8분 정도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더 빠르다.
다행히 역 앞에는
따릉이 정류장이 있어서
다음에는 아내와
자전거 도로를 탐험해 보기로 했다.
이 아파트는 5월이 되면
꽃놀이세권이 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장평교 - 장안교 - 겸재교 - 중랑교까지 왕복하면
8km 정도였고.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걸렸어요.
다리가 많이 털리긴 합니다 :) 중간에 음수대가 없어서
물과 간단한 당 충전 간식 챙겨오면 더 좋은 시간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