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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조 Jul 21. 2024

나는 나여서 좋다

어둠 속의 어머니

해가 졌다.

산그늘 아래 자리한 초가집 지붕위로 스물스물 어둠이 내렸댔다. 싸늘한 방안은 온기조차 찾아볼수 없다.

문짝이 하나없는 부엌에는 먹을것이라고는 없었고

배가 고파오는 나만큼 쥐들도 배가 고픈지 온 부엌 구석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도록 나물을 팔러간 엄마는 돌아오시지 않고 아버지의 존재는 어디에서 무얼 하시고 계시는지 알수도 없었다.

막내오빠가 내손을 이끌고 집앞 논두렁 끝에 있는 산등성이 끝으로 나가 어둠 저 아래 산골 초입을 바라보며 엄마를 기다렸다.

어둠은 점점 깊어갔고 오빠와 나는 덩그러니 산둥끝트머리에서 무서움에 떨며 급기야 저 아랫쪽을 향해 엄마오나 하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면 저 아래 보이지도 않는 산골어귀에서 엄마가 오냐 하면서 대답을 하셨다.

그러면 우리 남매는 그길을 정신없이 뛰어내려가 엄마를 맞이했다. 족히 시장에서 십리를 넘게 걸어왔을 어머니는 피곤한 몸을 쉴새도 없이 부랴부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보리밥에 멀건 된장냄비와 신김치를 차려 저녁을 먹었다. 찬이없는 저녁이지만 엄마가 계셔서 무섭지 않았고 허기진 배를 채울수 있었어 행복했다.

너무나 고달픈 인생을 사신 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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