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된 노후주택 리모델링 아홉째 날

by 일조

방수 위에 방수 위에 방수 위에 방수를 했다. 오늘은 공사 9일째 접어드는 날. 1층 양쪽 욕실에 방수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방수를 4중으로 하는 것도 처음 알았다. 화장실 공사를 여러 번 해 봤지만 기존에 시공된 타일 위에 덧방 시공하고 조적 욕조를 만드는 그 정도였다. 아예 밑바닥부터 만들면서 욕실을 지어보는 건 처음 해 보는 경험이었다.


지층 화장실은 집 정화조보다 지대가 낮아서 펌프 시공을 해야 했다. 기존에 보일러실이었던 곳을 싹 철거하고 바닥을 파서 집수정을 새로 만들어 묻기로 했다. 오늘은 그 작업의 시작으로 보일러실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엄청 큰 돌덩이가 나와서 바닥을 못 파면 어쩌나 우려를 했었는데 다행히 바닥이 흙이었다. 최대한 깊이 파고 집수정을 묻고 공구리를 친 다음 반영구 펌프를 시공하는 계획이다. 흙이 산처럼 쌓였다. 뭔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까 잘 되겠다 싶다가도 펌프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진 않을지 분뇨가 고여 있으면서 냄새가 역류하지는 않을지 아직은 걱정되는 점이 많다.


지층 바닥을 까는 공정에 대해서 추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기존 바닥이 이미 습을 많이 먹고 있는 상태인데 여기 위에다 그대로 방수를 해 버리면 효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존 바닥을 다 깨서 걷어내고 걷어낸 김에 바닥을 더 파서 천고를 높이고 그 위에 새로운 바닥층을 만들어 줘야 그나마 습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해도 제습기는 꼭 돌려줘야 한다고 당부를 하셨다.


설비 공정을 지켜보기만 해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배관을 그냥 일자로 까는 것 같아 보여도 미세하게 각도가 기울어지게 깐다는 사실이다.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인 데도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 하니까- 나보고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았다. 설비를 진두지휘하시는 분은 이 일을 40년 하셨다고 했다. 우리 집 배관에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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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하게도 돌덩이가 아니라 흙이었던 보일러실 바닥. 축축한 흙냄새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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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사람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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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 위에 또 방수를 하고 있다. 그냥 휘휘 휘젓는것 같아 보이는데 반듯하게 나온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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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욕실도 방수를 시작했다. 낮에 현장을 보고 밤에는 아내와 유튜브로 인테리어 영상을 계속 본다.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현장들은 다 너무 깔끔하고 단정하고 예쁘고 디자인 감각도 멋져 보인다. 그래서 낮에 보고 온 지금 우리 집이 엄청 험블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지금 이런 날 것의 우리 집을 보는 것이 참 좋다.

공사하면서 정이 더 쌓여져 가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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