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된 노후주택 리모델링 여덟째 날

by 일조

드디어 주방 구조가 확정되었다. 아내는 어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뭔가 계속 찜찜했었는데 이제야 해소가 됐다며 몹시 기뻐했다. 아내는 11자 구조를 생각해 냈다. 펜트리 안에 냉장고를 넣고 냉장고 문이 반대로 열려도 된다는 것에서 영감을 얻은 아내는 그렇다면 펜트리를 하지 않고 냉장고 옆에 키큰장을 붙이면 주방이 11자 구조가 된다는 결론까지 도출해 내었다. 나는 솔직히 "ㄱ 자 주방"과 "ㄷ 자 주방"과 "11 자 주방"이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아내가 몹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덩달아 기대가 됐다. 우리의 새 주방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되었다.


오늘은 1층 곳곳에 본격적으로 배관이 깔리기 시작했다. 안방 화장실과 세탁실, 주방, 공용 화장실 배관들이 한 줄 한 줄 결합되었다. 배관이 깔리는 모습이 마치 우리 집에 혈관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오래된 배관들이 걷혀지고 새로운 배관들이 설치되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우리 집이 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내가 이것 때문에 전체 리모델링을 결정했었지. 새 배관이 예쁘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변기 위치, 세면대 위치, 욕조 위치 우리가 며칠 동안 고민한 위치 곳곳에 배관들이 삐쭉삐쭉 올라와 제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니까 신기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우리의 선택이 맞았을까? 맞았을 거야!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자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리고 내가 기대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 지층 천고 높이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대표님은 지층 천고가 많이 낮아서 사무실로 쓰면 답답할 수 있으니 최대한 천고를 높여보겠다고 하셨다. 내가 천고를 어떻게 높일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대표님은 바닥을 까면 됩니다 라고 하셨다. 나는 바닥을 낮춰서 천고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기대가 많이 됐고 오늘 드디어 지층 바닥을 까기 시작했다. 바닥이 일부 까였을 때 지층을 내려가 보았고 나는 또 하나 배웠다.


집에 있어 1cm, 2cm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1cm, 2cm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차이가 컸다. 기존 바닥보다 몇 센티 더 내려갔는데 천장은 훨씬 높아져 있었다. 현관에서 바닥으로 내려가는 느낌 자체가 달라졌다. 그리고 공간 전체 습도도 확 달라졌다. 갑자기 시원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지하는 바닥에서 습이 많이 올라온다는 것을 오랜만에 실감했다. "확실히 지하가 습하긴 습하다" 하면서도 높아진 사무실 천장에 기분이 좋아졌다.


까치발을 하고도 닿지 않을 만큼 높아진 천장을 보며 이 사무실에서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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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을 까기 전에는 이렇게 생긴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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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을 이렇게 깐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한 땀 한 땀 까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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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다 까여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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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 까는 모습 중에 가장 드라마틱한 사진이다. 이 바닥 밑에 배관들이 깔려 있었고 그 배관을 걷어내고 암반 같은 바닥이 나왔는데 그 바닥까지가 한계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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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확정된 주방이다. 얼핏 보면 으잉?? 이 쉬운 걸 왜 생각 못 했지? 할 수 있지만 이 주방 도면을 얻기까지 우리 부부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와야 했다. 키큰장을 주방 쪽과 거실 쪽을 나눠서 수납 공간을 확보하자는 아내 말에 이마를 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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