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설비가 시작하는 날이다. 오전 10시에 대표님과 미팅을 하기로 했다. 설비가 들어오기 전에 미팅이 필요한 이유는 싱크대 위치, 변기 위치, 벽 수전 등 물 쓰는 곳과 나가는 곳의 주요 위치를 명확히 정해야 “그 때 설비를 해 놨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하는 일이 안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는 주말 내내 레퍼런스를 찾고 설계 도면을 그리고 3D 도면을 올려 보는 등 참 애를 많이 썼다. 파워포인트 밖에 쓸 줄 몰라서 센티미터를 재 가며 비율 맞춰서 도형으로 만들어 올려보며 끙끙거렸다. 그렇게 해서 주방 도면 A안과 B안이 탄생했다.
강원도 시골집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새벽에 주방 아이디어들이 1차로 정리가 되었고 일요일 오후에는 로컬 카페 탐방을 나서기로 했다.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보인다고 전에는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던 공간 인테리어에 대한 디테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벽에 네모난 창문이 있고 그 아래 오래된 나무로 된 작은 바 테이블을 놓았는데 어찌나 예뻐 보였든지 월요일에 사무실 탕비실 공간도 이렇게 해 달라고 이야기 해야겠다 다짐했다.
도면들과 이렇게 해 주세요! 말할 것들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미팅에 들어간 우리 부부, 하지만 도면으로 본 집과 실제 밟아본 집은 많이 달랐다. 생각보다 공간이 나오지 않아서 주방에 펜트리장을 넣고 그 안에 김치 냉장고를 넣고 접이식 문을 달고 안에 수납공간을 따로 만들고 이런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었다. 인테리어 실장님은 줄자를 들고 다니면서 우리 부부가 아이디어 내온 도면대로 가벽을 치고 목공을 넣으면 실제 공간은 어떻게 되는지 몸소 확인시켜 주셨다. 아내의 주방과 마찬가지로 나의 탕비실 창문 아래 바 테이블 아이디어도 도면상에서나 가능했던 아이디어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님은 민망해하고 아쉬워하는 우리 부부를 좋은 말로 달래 주셨다. 주말에라도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언제든지 연락해서 자기랑 상의하자고 하셨다.
아내가 많이 의기소침할까 봐 걱정했었는데 잠시 멘붕이 왔을 뿐 아내는 이내 회복하였다. 시도도 안 해보고 나중에 해 볼 걸 하는 것보다 시도를 해 봤는데 안 되는 것을 안 것은 괜찮다고 했다. 미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내는 재빠르게 다음 고민으로 넘어갔다. 우물 천장이 좋을지, 평천장이 좋을지, 실링팬을 달려면 아무래도 우물 천장이 나을 것 같긴 한데 요샌 우물을 많이 안 하는 추세고 청소하기도 번거롭고 우째야 하노… 하면서 줄자를 들고 천장 높이를 재 보며 돌아다녔다. 그래, 오늘의 고민은 끝났고 내일 또 결정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는!
* 이것이 아내가 만든 대망의 파워포인트 도면이다. 선 하나하나 설계 도면에 맞춰 한땀 한땀 만든 수제 도면이다.
*이것이 B안. 아내와 나는 A안이 수납 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었다.
* 쪽방으로 들어가는 현관문에 단열폼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철문을 뜯어내고 벽돌을 다시 쌓아서 외벽을 만들 줄 알았는데 대표님은 기존 철문에 단열폼을 쏴서 철문 자체를 단열제로 활용하면서 벽과 기밀 시공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하셨다.
* 설비 자재들이 속속들이 집에 도착하고 있었다.
* 지하를 두 집으로 나누고 있었던 벽의 일부를 철거하는 중이다. 이 자리에는 내 집무실로 들어가는 방문이 달릴 예정이다.
* 새로 만드는 욕실에 배관들이 자리를 잡아보고 있다. 현관 신발장과 쪽방 사이 공간에 화장실이 들어가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