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이삿짐 센터와 견적 미팅이 연달아 있었다.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미팅을 마치고 공사 현장에 가 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 받아서 봤지만 내 눈으로 보고 싶고 내 발로 밟고 싶었다. 오늘 우리 집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궁금했다.
현장은 어제보다 더 많이 정돈이 되어 보였다. 한가득 쌓여 있던 돌들은 거의 다 빠져 나갔고 남은 돌들도 마대 자루에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그리고 어제 봤을 때 쩍쩍 갈라져 있던 벽들에 회색 반죽 같은 것이 발라져 있었다. 아하! 이것이 크랙 보수제로구나! 철거를 시작하고 나서 속 사정을 하나 둘씩 드러내기 시작한 벽들은 보기 무서웠었다. 가로줄, 세로줄, 방사줄 할 것 없이 여기저기 금 간 곳이 눈에 계속 들어왔다. 가로줄이 무너지기 직전이라그랬었나 세로줄이었나? 유튜브에서 눈동냥으로 본 정보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겁이 덜컥 덜컥 났었다. 우리 집이 52년 된 노후주택이라는 것이 정말 정말 실감이 났다.
이런 벽으로도 그 세월을 2층과 지붕을 떠받치고 있었구나…… 왜 일찌감치 보수 공사를 해 줄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잠시 했었다. 하지만 오늘 크랙 보수제를 바르고 난 벽은 어제보다 덜 무서워졌다. 구멍난 뼈에 칼슘이 채워진 듯한 기분도 들었다.
구조를 보강한다고 했을 때 나는 H빔으로 구조물을 세워 기둥 역할을 추가하는 것만 하는 줄 알았다. 기존의 벽들도 모두 보강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한시름 놓였다.
그리고 오늘은 또 하나의 두근거림, 반지층의 철거가 시작되었다. 옛날 집들은 반지하에도 사람이 살았었다. 우리 집 반지층에도 여러 세입자 분이 사시다가 나가셨다. 제습기를 365일 돌려야 하고 사시사철 환기를 해 줘야 해서 내 마음도 편하진 않았던 곳이다. 우리 부부는 이곳을 나의 사무 공간으로 쓰기로 했다. 두 집으로 나눠져 있던 공간을 벽을 터서 하나로 합치자 14평의 꽤 넓직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지층에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아내의 아주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세입자 분들이 마당에 있는 화장실을 쓰는 것을 계속 마음에 걸려 했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어렸을 때 집주인 마당에 있는 화장실을 다니곤 했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주인집 아들을 마주치면 괜히 부끄럽고 그랬었다.
그 동안 집을 보고간 대부분 인테리어 사장님들께서는 여기는 화장실을 못 만든다고 하셨다. 효율이 안 나오고 만들어도 냄새가 많이 날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다. 내가 냄새에 정말 민감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간다. 집수정을 통째로 옮겨서 지층 공간 밖으로 빼고 반영구 펌프를 시공하여 메인 정화조까지 바로바로 보내기로 했다. 이 공사 역시 몹시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 포인트다. 다음 주에는 설비가 들어간다. 한 주일 내내 고생해주신 대표님께는 미안하지만 주말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군대에 있을 때 암석으로 배수로를 만드는 진지보수작업에 투입된 적이 있었다. 3주 동안 돌덩이를 들고 나르고 굴리고 쌓았다. 2박 3일 포상 휴가를 받았다. 그만큼 돌 작업은 빡쎄다는 거다. 포상 음식을 해 드리고 싶었다.
* 이런 크랙들이 정말 살 떨렸다. 벽과 벽이 뒤로 나자빠질 것 같았다.
* 이렇게 다시 합쳐졌다. 휴우......!!!!!!!
* 방 앞에 작은 싱크 공간이 있었던 집이다. 사이 벽을 허물어 버리니까 꽤나 널직한 내 방이 생겼다. 바닥을 최대한 깊게 파서 층고를 더 높여 주겠다고 하셨다. 정말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