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된 노후주택 리모델링 셋째 날

by 일조

이틀 동안 뜯겨진 집의 잔해가 한가득이었다. “바닥에 못 조심하세요.” 위로 솟아 있는 못들이 군데 군데 있어서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은 철거 삼일 째. 지난 이틀 동안 뜯어낸 철거물들을 정리하는 날이었다. 원래 일정은 오늘 폐기물이 나가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비가 오는 관계로 폐기물 팀이 들어오지 못했다.

리모델링 대표님은 본인이 직접 철거가 된 집 바닥을 걸어 보면서 동선을 그려 보고 싶다고 하셨다. 현장에 도착했을 땐 집 한 가득 쌓여 있던 철거물들이 마대 자루에 담겨 마당에 가지런히 쌓아 놓여져 있었다. 철거물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간 집은 돌아다니기가 한결 수월했다. 대표님은 우리 부부를 데리고 이 방 저 방을 다니면서 이 벽은 무리 없이 털 수 있고 이 벽은 전체 다 털기 전에 여기 부분을 보강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처음 설계했을 때처럼 시원하게 열린 주방을 만들기가 쉽진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같이 해 주셨다. 크랙을 살펴보면서 차근차근 털겠다고 하셨고 “우지끈 소리 나면 거기는 안 됩니다. 중간에 보강을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면 사시는데 편하지가 않습니다. 물론 보기에도 좋지 않겠죠.” 라고 하셨다. 나는 다 될 수 있다는 말보다 두드려 보고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모습에 더 신뢰가 갔다.

아내는 주방 벽이 생각했던 것처럼 시원하게 털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마음이 더 불편해지는 듯 보였다. 오늘 아침 아내는 내게 설계도가 아직 마음에 쏙 들지 않는다고 했다. 확신이 없어서 불안하다고 했다. 설비가 들어오기 전에 결정을 빨리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문의 위치를 바꾸고 건식 세면대를 입구 쪽에 넣고 구조를 이렇게 하는 생각도 해 봤다는 아내 말을 대표님이 바로 알아들으시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조금 풀려 보였다. 나는 어제 밤에 아내 설명을 자세히 들었어도 머릿속에 그림이 안 그려졌는데 대표님은 어떻게 그렇게 짧은 말만 듣고 그림이 다 그려지는지 신기했다.

이제 내일부터는 벽을 하나씩 철거할 예정이다. 내가 제일 불안해하는 공정이다. 우리 집이 56살이라 그런지, 크랙이 쩍쩍 가 있는 벽들을 봐서 그런지, 벽을 털어냈을 때 집이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을지 걱정되고 불안하다. 뜯겨진 집들의 뼈대를 보니까 집이 더 약해 보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집이 피골이 상접해 보인달까… 철거가 되어 있는 집을 유튜브 영상에서나 많이 봤지 직접 그 바닥을 걸어 다니고 앙상하게 쌓여 있는 벽돌들을 마주하고 나니까 사실 나는 겁이 덜컥 났다. 너무 많이 건드리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면서 쪼그라 들었었다. 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고 내색도 하지 않았고 믿기로 했다. 철거하는 과정을 하루하루 보면서 느끼는 게 많다. 걱정 반 기대 반 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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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물들이 가지런히 모여져 묶이고 담겨졌다. 전체 리모델링에서 철거가 시작이지만 철거 공정도 그 자체로 시작, 중간, 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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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에 리모델링 하면서 당시 공사 했던 흔적이 드러났다. 대표님은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하지 않고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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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 첫날 드러난 벽. 곰팡이가 많이 아주 많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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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던 벽체들이 말끔해 졌다. 철거 작업이 단지 자재를 뜯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후 공정이 들어왔을 때 원활히 입혀질 수 있도록 집의 밑작업을 말끔히 해 놓는 과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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