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된 노후주택 리모델링 넷째 날

by 일조

우리 집은 골목 골목을 들어가다 보면 나온다. 골목 초입에 들어섰는데 어디선가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골목길 전체가 들썩들썩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덩달아 내 심장도 쿵쿵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철거 4일째, 벽을 허물겠다고 한 날이다. 현장에 도착했을 땐 먼지가 안개처럼 자욱했다. 그 속 어딘가에서 쿵쿵쿵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온 것을 발견한 작업자 분께서는 지금은 먼지가 말도 못해서 뭘 볼래야 보이지도 않을 것이니 조금 돌아다니다 오라고 하셨다.


아내와 동네 몇 바퀴를 돌았다. 집은 그새 물이 뿌려져 있었고 먼지 냄새가 가득하긴 하지만 안이 어떤지 구분은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 속에 대표님이 서 계셨고 그 뒤로 뻥 뚫린 공간이 보였다. ‘해냈구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 거실을 가로지르는 긴 벽이 무사히 털릴 것인가였다. 걱정으로 두근대는 나와는 다르게 대표님과 작업자 분께서는 이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맞아 주셨다.


“우지끈 소리는 안 났나요?!!” “하하하 안 났습니다!” 해맑게 웃으시면서 대답하는 모습에 그제야 쫄렸던 가슴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폐허를 방불케 하는 돌덩이들을 밝으면서 벽들이 사라진 현장을 여기 저기 둘러보았다. 엑셀에서 셀병합을 하는 듯한 시원함이 있었다. 50년 넘은 집도 이렇게 다 털어내고 나면 공간이 네모 반듯하게 그리고 널찍하게 잘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경험을 하고 나서 확실히 느끼는 게 있었다. 노후주택을 리모델링 할 때 가장 크게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는 구조를 우리 필요에 맞게 변경할 때라는 것을.


아내가 어제 밤에 생각했던 주방 설계를 설명해 주었고 그 생각에 맞춰서 벽을 어디까지 더 털 것인지, 마감을 어디로 칠지를 결정했다. ㄷ 구조를 왼쪽으로 놓을지 오른쪽으로 놓을지 며칠을 고민하던 아내는 이제 조금 마음이 편해 보였다. 안방과 주방 사이의 벽도 무사히 다 털려 주었다. 옛날 집들은 대부분 집에 화장실이 한 개뿐이다. 욕실, 세탁실, 구분도 없다. 세탁기도 샤워기도 변기도 한 화장실에 놓고 썼다. 그래서 화장실이 엄청 큰데 비해 효율적이지가 않았다.


우리 부부는 화장실을 한 개 더 만들고 세탁실도 따로 만들기로 했다. 이것도 구조를 털겠다고 결정하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털어낸 것은 벽이 아니라 우리의 집의 가능성이었나… 어쩐지 우리 집이 젊어진 기분이 들었다. 내일은 철거 부분을 다듬는다고 하셨다. 다듬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내일 또 배우는 게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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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을 그냥 막 뚫는 게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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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걱정하던 거실 벽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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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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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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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공간이 탄생하였다. 이 공간이 이제 우리의 주방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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