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1974년생 단독주택. 올해로 56살이 되었다. 2015년 나는 가본 적 없는 골목길을 걸어 가다가 그 골목에서 가장 네모 반듯하게 서 있는 이 집이 마음에 들어서 생애 첫 집으로 덜컥 샀었다. 단독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 서울 어딘가에 내 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분명 한 몫 했을 것 같다. 아파트는 내 집이 될 순 있어도 내 땅이라 하기엔 좀 그러니까. 그렇게 첫 집을 산 이후로 아내와 나는 다른 데 또 살아보고 싶은 동네를 따라 몇 년 동안 거처를 바꿔 왔다. 그 동안 이 집은 계속 임대를 주고 있었다.
올해는 우리 첫 집이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는 해다. 단독주택 라이프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하고 아내와 세운 첫번째 계획은 인테리어였다. 그런데 업체 사장님들과 미팅을 해 보고 나니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노후주택 특성상 구조가 정말 좋지 않았다. 기본적인 성능도 요즘 주택에 비교할 수 없이 떨어져 보였다. 무엇보다 거실에 TV를 걸 벽이 사방팔방 어디에도 없었다. 아내와 나는 같이 앉아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TV도 88인치를 놓고 쓴다. "중간 방에다가 TV를 걸고 이 방을 AV룸이라고 칭하면서 쓰자" 하면서 정신승리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자면 거실 전체가 애매한 공간이 되어 버렸다. 부분 인테리어로 시작한 계획이 결국 전체 리모델링으로 확대되었다. (가만... 차 뽑을 때도 이런 흐름이었던 것 같은데...)
한 달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늘 드디어 철거를 시작했다. 리모델링 회사 대표님은 여느 사장님과 다르게 우리 부부가 현장에 매일, 그것도 시간 나는 대로 자주 와서 보기를 적극 권장하셨다. 집이 철거되고 허물어지는 과정을 다 보면 중간 중간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의견을 주고 소통을 자주 해야 서로 만족하는 공사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그 과정에서 집에 대해 배우는 것도 많이 있을 거라고 하셨다.
우리 집이 뜯기고 있는 현장에 발을 들여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그 동안 세입자 분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였다. 뜯어낸 벽지들 속에 켜켜이 피어 있는 곰팡이를 보고 우리 집에서 몇 년씩 살다 나가셨던 부부들, 아이들, 아기들이 떠오르면서 죄송해졌다. [덕분에 잘 살다 나갑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문자에 행복해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면목이 없어졌다. 그리고 결심을 했다. 앞으로 건강한 집이 아니면 절대 임대를 주지 않겠다고. 1974년생 단독주택이 다시 건강해지는 과정과 그 속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하루하루 기록해 보기로 했다. 오늘이 첫째 날이다.
* 2년 전에 인테리어를 했었는데...... 라벨지를 뜯지도 않은 새 방문들이 다 부서져 뜯겨 나갔다. 저 거대한 샷시도 곧 같은 운명을 마주하게 되겠지...... 아깝다 너무 아까워
*겉으로 보기엔 이렇게 멀쩡해 보였지만......
* 속은 이렇게 곰팡이들이!!!!!!
*벽과 벽이 만나는 코너마다 곰팡이들이!!!!!!
*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작디 작은 신발장을 뜯어내니 쪽방과 연결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