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셀러가 되니 보이는 것들
내가 지내는 캠퍼스 하우징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 셀러로 참여해 봤다. 이웃 주민을 위한 작은 규모의 마켓으로, 저녁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산타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함께한 행사였다. 한 번쯤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 이웃 동생과 같이 참가하기로 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은 무엇이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고민했다.
먼저, 미국인들이 나무로 된 크래프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HOBBY LOBBY'에서 저렴한 가격에 나무를 잔뜩 사 왔다. 드릴로 나무에 구멍을 내고, 각자 원하는 그림을 붓으로 그리다 보니 마치 화방에 온듯한 기분이 물씬! 마침 동생의 집에 물감이 가득 있어서 가능했던 재밌는 경험이었다. 저마다 다른 그림이 입혀진 나무들은 귀여운 오너먼트가 됐다.
중고 아트 크래프트 샵에서 구한 코르크에 나사를 박고, 모루와 뿅뿅이 등을 붙이니 깜찍한 루돌프 오너먼트가 탄생. 처음에는 괜찮을까 싶었는데 빨간 뿅뿅이를 붙인 순간 제법 그럴듯해졌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위한 수염이 긴 산타 키트를 제작했다. 키트에는 직접 붙일 수 있도록 양면테이프가 붙여진 종이와 털실, 눈알 모형 등과 수염이 될 기다란 종이가 포함됐다. 우리는 재밌게 만들었는데. 아이들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행사 당일. 이런 마켓은 구경만 해봤지 직접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라 신선했다. 뭐랄까 늘 앞만 보다가 뒤를 바라보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기분이랄까? 행사장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 부스에 다가와서 우리가 만든 오너먼트와 키트를 유심히 살펴볼 때, 자기들끼리 '이거 귀엽다!', '사랑스럽네'와 같은 대화를 나눌 때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도 기분이 좋았다. 물론 구매로 이어지면 더 좋지만.
잠재적 고객이 될 수도 있는 이들에게 반가이 인사를 건네는 건 진심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진짜 그냥 반갑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무료하니까! 종종 '이건 직접 만든 거야?', '어떻게 만든 거야?'와 같은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져주면 뿌듯함에 어깨가 솟고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흠.. 그건 말이지, 이러쿵저러쿵 이렇게 저렇게 만든 거야' 내 기억으로는 그렇지만 뒤죽박죽 영어라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다. 뭐, 웃었으니 됐다.
오너먼트는 크기에 따라 대략 1~5불 정도에 판매했는데, 한 번은 한 아이가 와서 3불짜리 오너먼트를 찜해놓고는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동전 지갑을 들고 와서는 25센트 동전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부모님과 우리 모두 함께 원, 투, 쓰리를 소리 내어 세어주며 아이의 고군분투를 응원했다. 마침내 12개의 동전을 내려놓았을 때 모두 굿잡!이라고 외쳐주었다. 역시 아이를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법이다.
마켓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면 그보다 뿌듯한 것이 있겠느냐만은 이러한 마켓에 일확천금을 바라고 참가하는 것은 아닐 터. 자신이 만들거나 픽한 물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의 뿌듯함과 기쁨. 판매하는 물건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것이 좋아서 참여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거치대 뒷면에 앉아 바라보던 풍경이 제법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