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처럼, 음식은 정(情)
남편과 함께 수요일 저녁마다 현지 교회로 영어 공부를 하러 간다. 진지하게 공부한다기보다는 어떤 주제를 놓고 현지인 튜터와 일대일로 대화하는, 가볍지만 유익한 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발렌타인데이가 있던 주에는 날이 날인만큼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보통 튜터와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진행자가 문장을 소개하는데, 이 날의 문장은 'The way to a man's heart is through his stomach'였다. 단번에 해석되지 않아 튜터에게 물어보니, '그의 배를 채우는 것이 사랑이라는 뜻'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그를 많이 사랑하나 봅니다. 물론 제 자신도요. 먹는 것을 참 좋아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를 배불리 먹였던 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어릴 적에 할머니는 으레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듯, 밥을 채 비우지도 않았는데 한 그릇 더 먹으라며 그 위에 다시 밥을 얹으셨다. 나는 덕분에 밥은 적어도 두 공기는 먹어야 하는 줄 알았다. 용돈에 엄격했던 아빠도 먹는 데 만은 돈을 아끼지 말고 잘 먹고 다니라고 했더랬다. 용돈의 대부분을 먹는데 썼던 것은 내가 비단 푸드파이터였기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그 시절, 부모님이 해준 따순 밥을 먹을 때는 몰랐다. 먹이는 뿌듯함 말이다. 구첩반상이 아님에도 서툰 솜씨 탓에 한 시간이 넘게 준비한 저녁 밥상을 맛있게 먹는 남편을 볼 때면, 이 기분은 뭐지 싶은 것이다. 비록 십 분 만에 다 먹을 때면 이건 좀 허무한데 싶지만서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느껴진다. '모자라면 더 먹어!'라고 말할 때 기분을, 왜 자꾸 맛있냐고 물어보는지 그 이유를 나는 정말 몰랐다. 상대가 배불리 맛있게 먹길 바라는 마음은 사랑임에 틀림없다. 내가 음식 에세이를 쓰고 싶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