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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Nov 06. 2024

붕어빵을 왜 카페에서 파는 거지?

며칠 전 아내와 집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산책하던 길에 작은 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아니 발견한 것은 아니고 원래부터 그 자리에 카페가 있는 것은 알았는데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것을 그날 들어가 본 것이다. 길가의 한 아파트 일 층에 있는 카페로 밖에서 보기에는 마치 테이크아웃 커피숍처럼 내부 공간이 좁아 보여서 그냥 지나쳤던 것 같긴 했는데, 그날따라 왠지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테이블이 두 개밖에 없는 좁은 실내였는데, 안쪽을 쳐다보니 ‘안에도 자리 있음’이라는 글이 벽에 붙어 있길래 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에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에 테이블이 네 개 더 있었고 우리는 그중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아내가 주문하러 간 사이에 둘러보니 정말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새파란 벽 한쪽으로 아주 작은 장식장 말고는 다른 가구나 소품이 없는 실내였다. 작은 3단 장식장 안에는 옛날 호주 원주민이 사용했다던 부메랑이 놓여있었다. 그 부메랑을 보니 갑자기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영화 ‘마린보이’가 생각났다. 그때는 부메랑이라는 이름을 모른 채 그저 마린보이 표창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을 던지면 목표물을 맞히고는 다시 던진 사람에게 되돌아오는 것이 정말 신기해 보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내는 커피와 케이크 조각을 주문했고, 그날은 그렇게 커피만 마시고 나왔다. 나오다 보니 입구부터 좁은 벽에 가득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세계 각국의 자연과 사람을 찍은 사진이었고, 주인(청년이라기에는 나이가 조금 들어 보임)에게 물어보니 모두 자기가 찍은 사진이라고 하기에 내심 놀랐다. 사진을 볼 줄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굉장히 잘 찍은 사진들이었다. 사진과 여행과 바이크를 좋아한다는 주인은 가끔 사진을 찍으러 외국에 다녀온다고 했다. 바이크를 외국에까지 갖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멋진 취미라고 생각하면서 은근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는 그 나이에 어떤 취미가 있었을까? 

     

그날은 그렇게 커피만 마시고 왔는데, 어제는 다시 그곳을 찾았다가 주문대 옆에 있는 붕어빵 굽는 기계를 보았다. 붕어빵도 파냐고 했더니 주인이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내가 커피 두 잔과 붕어빵을 주문하고 자리로 돌아와 앉아서 기다렸더니 주인이 조금 있다가 커피와 붕어빵을 갖고 테이블로 왔다. 붕어빵 두 마리(?)를 한 세트로 접시에 올릴 수 있도록 붕어빵 전용 받침대까지 있었다. 아, 이렇게 통통한 붕어빵 같으니라고. 정말 오랜만의 붕어빵이었다. 카페에서 붕어빵을 먹다니. 

    

한입 물자 달짝지근한 팥앙금이 물컹 입안으로 들어왔다. 일단 붕어가 길거리에서 파는 것보다는 훨씬 통통하게 생긴 데다가 팥앙금이 붕어 꼬리까지 꽉 찬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길거리 붕어빵은 팥보다는 겉의 밀가루가 훨씬 더 많은데, 그곳의 붕어빵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왜 이런 카페를 이사 온 지 일 년이 지난 지금에야 찾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긴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산책하면서 가끔 들어와 붕어빵을 먹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원 참, 커피도 아니고 디저트도 아닌 붕어빵을 먹으러 카페를 찾는다면 분명 사람들이 웃을 일이다. 아, 물론 붕어빵 못지않게 커피도 맛이 좋은 카페다. 무엇보다 동네 카페답게 커피 가격도 가성비가 높고 말이다. 우리가 잘 다니던 별다방 커피 한 잔 값으로 그곳에서는 두 잔을 마실 수 있으니, 가계에도 훨씬 보탬이 되는 곳이지 않은가? 역시 지나가면서 백날 쳐다봐야 한 번 직접 들어가 보느니만도 못하다. 

    

혹시라도 집 근처에 동네 카페가 있다면 작가 여러분도 한 번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누가 알겠는가? 혹시 그곳에도 붕어빵 못지않은 기상천외하고 색다른, 카페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무엇이 작가님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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